‘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8) 씨의 첫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포스코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 매각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매각 과정을 일일이 챙겼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10일 열린 차 씨와 송성각(59)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5명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은 안 전 수석의 검찰 조서를 공개했다.
안 전 수석은 검찰에서 “대통령이 ‘포레카라는 포스코 산하 광고업체를 매각하는데 대기업 계열사에 넘어가면 문제 될 수 있으니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연락해 대기업에 다시 매각되는 일 없도록 살펴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권 회장에게 연락해 ‘포스코 계열사가 다시 대기업 산하로 들어가면 문제 될 소지가 있으니 신중히 검토하라’고 전했다는 것이다. 조서에 따르면 대통령은 2015년 9월 전승절 기념으로 중국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안 전 수석에게 연락해 재차 포레카 매각 과정을 물었다. 이후 안 전 수석이 ‘포레카 매각이 순조롭지 않다’고 보고하자 대통령이 “왜 진행 잘 안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의 보좌관 김모 씨의 휴대전화에서 압수한 ‘특별지시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 문건도 공개했다. 2015년 10월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자료라고 안 전 수석은 밝혔다. 정책사안 외에 박 대통령이 별도로 지시한 사항을 적어둔 이 보고서에는 ‘포스코 매각 관련 원상복귀 추진’이라고 적혀있다. 안 전 수석은 이와 관련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에 방문한 대통령이 제게 전화해 ‘매각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으니 권 회장 등과 협의해 해결방법을 강구하라’며 강하게 질타했다”고 진술했다.
보고서에는 손 글씨로 ‘강하게 압박하는 동시에 광고물량 제한 조치’라고도 돼 있다. 안 전 수석은 이에 대해 “전 포레카 대표 김영수 씨와 권 회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적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직접 포레카 지분 강탈에 관여한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권 회장과 안 전 수석, 포레카 전 대표 김 씨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권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포레카 매각을 촉진하기 위해 김영수 대표를 곧 보좌역으로 임명할 계획'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권 회장은 검찰에서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김 씨를 계열사 대표로 추천했다"며 "경제수석이 김 씨를 채용해달라고 전화한 자체가 압력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를 안 전 수석이 챙기는 사람으로 판단했다고도 했다.
차 씨 등은 지난해 3~6월 최 씨 등과 공모해 포스코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 지분 80%를 빼앗기 위해 매각우선협상대상자인 컴투게더 대표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차 씨는 또 지인 2명을 KT 임원으로 앉히고, 최 씨가 실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를 KT 광고 대행사로 선정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