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오기 전, 그러니까 감수성 넘치던 고교 시절 이 한 편의 영화는 내 삶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오보에라는 생경한 악기가 전달하는 선율 속에 진실함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의 감동은 이제껏 내 삶에 중요한 가치가 되기도 했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넬라 판타지아’를 들으며 문득 “부정한 권력에 맞서 폭력으로 저항하는 것은 정당한가?”라고 물었던 그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
영화는 1750년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브라질 국경에서 벌어진 역사적 실화가 바탕이다. 많은 투사가 부정한 권력에 폭력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 많은 민중이 칼을 들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영화 속 가브리엘 신부는 부정한 폭력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당신 손을 피로 물들이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폭력이 정당하다면 사랑이 설 자리는 없어질 것입니다. 나는 그런 세상에서는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가브리엘 신부는 “폭력보다 강한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믿음을 앞세워 평화적 모습으로 부정함에 맞섰다. 그는 사랑으로 담대하게, 그러면서도 총구 앞으로 묵묵히 걸어갔다. 함께 걷던 친구가 총에 맞아 쓰러져 죽더라도 그렇게 ‘사랑’을 표현했다.
영화의 마지막은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그 빛이 어둠 속에 비치고 있다. 어둠은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용서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지난가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빛을 보았다. 어둠을 물리치고,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소중한 불빛은 폭력보다 아름다웠다.
촛불의 힘은 영화 속 가브리엘 신부처럼 폭력보다 강한 사랑의 힘이었다. 그리고 깨어 있는 우리의 모습이었다. 폭력보다 아름다운 사랑의 힘으로 새롭게 용서의 역사를 써나가는 대한민국 시민들을 멀리서나마 묵묵히, 그리고 담대하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