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퀄컴이 모바일용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자사가 한국의 독점 금지 당국의 조사에 협력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약속한 10억 달러 지급을 보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퀄컴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장지배력 남용을 이유로 사상 최대인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시 애플은 공정위 요청으로 조사에 협력했는데, 퀄컴은 이것이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 환급해주기로 한 특허 라이선스 사용료를 주지 않고 있다고 애플은 주장했다.
애플의 이번 제소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특허 라이선스를 둘러싸고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퀄컴을 제소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FTC는 지난 17일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앞서 퀄컴은 중국에서도 2015년 9억75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고, 현재 유럽연합(EU), 대만 경쟁당국으로부터도 반독점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퀄컴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슷한 이유로 조사를 받거나 제소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퀄컴은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부당한 부담을 줬다는 이유로 제소됐다. 애플이 다른 칩셋 제조사와 협력하는 것을 퀄컴이 막았다는 것이다. FTC는 퀄컴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 사용되는 베이스밴드 프로세서(BP)를 독점 공급해오면서 그 ‘독점적 사업자’라는 점을 이용해 로열티를 높게 받았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퀄컴의 특허를 쓰지 않고서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퀄컴의 ‘갑질’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번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수위를 다투는 애플이 퀄컴을 제소함에 따라 스마트폰용 핵심 반도체의 독점적 지위를 내세워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자사의 라이선스를 사용하도록 회유한 퀄컴의 영업 방식에도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