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좀 주소! 목마르오~] 전 국민 부자만들기 프로젝트 (2)

입력 2017-02-0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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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선친은 기자, 여행사·증권회사 직원에게는 절대 딸을 주어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필자는 이 세 가지 직업을 다 거쳤다. 증권회사는 2011년에 그만두었다. 그런데 2008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법정에서 했던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산업 분야는 증권업이며, 삼성그룹을 먹여 살릴 분야 역시 증권업”이라는 말이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답도 그 말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25년간 몸담았던 증권회사를 떠날 때, 필자는 오랜 기간 자산을 관리해줬던 대기업 회장을 찾아 80억 원의 사업자금을 요청했다. 그러자 그분은 필자의 사업 아이템에 대해 자세히 묻더니, 투자자문사를 차리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내가 1000억 원을 넣어주면 운용보수만도 10억 원은 될 터이니, 헛된 꿈 꾸지 말고, 가족들 잘 부양할 생각을 하시게”라고 말했다. 사업 자금 요청에 대한 은근한 거절이었다.

믿었던 기대가 무너지면서 크게 실망한 필자는 “증권회사는 이제 진절머리가 납니다. 나도 모르는 결과를 가지고 남의 귀한 돈을 노리면서 사는 직업은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80억 원을 투자하기 불안하면 80억 원을 빌려주십시오”라고 했다. 돌아온 대답은 “80억 원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빌려주지도 않겠네”였다.

필자가 몹시 서운해하자 그분은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80억 원이 아니라 800만 원도 사업자금으로 빌려주거나 투자할 생각이 없네. 자네가 무슨 사업을 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네. 그 이유는 단 하나일세. 내가 자네를 20년간 지켜보니 자네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더군. 나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네. 나는 누구든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지. 우리 회사 계열사 사장뿐만 아니라 직원들,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심지어 내 아내와 자식까지도 의심한다네. 그렇게 나는 일단 모든 사람을 사기꾼으로 보네. 다만 상대방에 따라 내가 어디까지 속아줄 것인가만을 결정하지. 자네은 내가 내 아내 다음으로 많이 속아준 시람이었네. 그 이유는 자네가 내 아내처럼 사람을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지. 그래서 자네를 인간적으로 좋아하지만 돈을 투자할 순 없어. 자네가 100% 망한다는 게 불을 보듯 뻔한데 어찌 빌려주겠는가? 이젠 이해가 되는가?”

필자는 어렵게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창업 1년 후 그분한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사업이 잘되냐고 묻더니 이런 충고를 했다. “자네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게. 그렇게 최소 3년을 버텨보게. 그러면 자네가 하는 일 중에 뭐가 세모이고, 네모이고, 동그라미인지 알게 될 것일세. 그리고 또 2년이 지나 5년차가 되면 세모를 네모로 바꾸고, 네모를 동그라미로 바꾸기 위해 뭘 해야 할지를 알게 될 것일세. 그때가 되면 다시 나와 만나세!”

5년이 지났다. 하지만 필자는 그분을 찾아갈 생각이 없다. 그때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나와 자영업을 시작할 것이다. 부자가 되겠다, 먹고살겠다 등 이유는 많을 것이다. 자영업자로 나섰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다. 먼저 사냥개가 들개가 되어 스스로 먹이를 찾는 일이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또 월급쟁이와 오너는 전혀 다른 화학성분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월급 1000만 원 받는 사람을 1000만 명만 만들면 ‘전 국민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오너 자격을 갖춘 사람 100만 명을 양성한다면, 그것이 훨씬 쉽게 이뤄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기업인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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