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정치경제부 기자
몇 년 전 출간돼 인기를 끈 장강명 작가의 ‘표백’이란 소설의 일부다.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부족함을 꾸짖으며 창업을 해보라는 ‘훈계’에 대한 한 청년의 반박이다. 소설 속 기성세대는 이 청년이 되바라지게 말대꾸한다고 여기지만, 젊은 독자들은 속 시원함을 느꼈다는 이들이 적지않다.
선거의 계절. 다시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장려하는 공약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5일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 고시학원이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의 요람이 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청년창업 공약을 내놨다. 4번 파산한 트럼프가 재기했듯 우리도 실패 뒤에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면서 창업자가 자신의 돈을 털고 주변인에게 융자받는 게 아니라 전문투자자에게 유한책임의 투자로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청년창업 자금지원 모태펀드를 조성하고, 그중 청년계정을 8000억 원 정도로 잡아 청년창업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많은 대선 주자들이 청년창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 함께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겠다는 약속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창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까. 공무원시험 합격 여부만큼이나 불확실성은 크지만 공무원이 되는 것보다 안정성을 장담할 수 없는 창업에 뛰어들 배포 있는 청년은 얼마나 될까. 창업하다 망하고 망하다간 나이 제한에 걸려 일반 직장 취업도 힘들다는 두려움을 정치인들도 알까.
“창업이 수지맞는 장사”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이상, 누가 차기 대권을 잡더라도 ‘청년들이 창업하고 싶은 나라’는 먼 얘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