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건축물] 기술이 만든 기적… 싱가포르 하늘에 배를 띄우다

입력 2017-02-15 11: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쌍용건설, 싱가포르 스카이라인 바꾼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들. 저마다 도시를 상징하는 아이콘을 꿈꾼다. 진정한 아이콘을 향한 인류의 상상이 첨단 건설 기술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은 꿈의 건축물도 그 중의 하나다. 상상의 한계를 넘어 모두 시공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한 건축물 바로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이다.

총 2511객실 규모로 두 장의 카드가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모양으로 디자인된 200m 높이의 건물 세 동과 그 위를 연결하는 스파이 파크로 구성된 호텔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 설계자도 믿지 못한 꿈의 대공사 =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은 처음 설계도를 접한 발주처도 현대 기술로 가능할까 의심했고, 설계자 조차도 원안대로 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프로젝트였다.

레미콘 트럭 3만2500대 분량의 콘크리트가 투입됐고, 약 2만㎞의 철근이 사용됐다. 이 철근을 이어 붙이면 남극에서 북극까지 이어진다. 호텔 한 면을 9000장 이상의 유리로 덮은 이 메머드급 호텔의 공사비는 한화로 1조 원에 달한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건축물을 눈 앞의 현실로 완성한 건설사는 바로 쌍용건설이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약 1만4000객실의 최고급 호텔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쌍용건설은 건설 전문지인 미국 ENR지가 발표하는 부문별 순위에서 1998년 호텔부문 세계 2위까지 기록된 이래 매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건설사다.

그런 쌍용건설에게도 이 프로젝트는 어려운 도전이었다. 더구나 주어진 공사기간은 겨우 27개월. 일반적으로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의 적정 공사 기간은 48개월이다.

21세기 건축사에 남을 주인공이 되기 위해 전 세계 14개 건설업체가 수주경쟁에 참여했지만, 최종 입찰에 초청된 회사는 대한민국의 쌍용건설과 일본, 프랑스, 홍콩의 건설사 단 4곳이었다.

최종 입찰 결과 쌍용건설이 유일하게 경사진 호텔과 스카이 파크까지 모든 공사를 27개월 만에 마칠 수 있는 최적의 공법을 제시해 최저금액을 제안하지 않았음에도 시공사로 선정됐다.

마리나베이 샌즈 복합리조트의 사업자인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은 처음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을 수 있는 극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원했다. 현대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높고 크게 만들어 지는데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달랐다.

모양이 독특한 만큼 시공과정도 매우 복잡하다. 호텔 각 동의 하층부는 사람 다리처럼 두 개의 건물이 버티고 있는데 한쪽 건물이 활처럼 휘어져있다. 기울어진 건물은 지면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져 있다. 이는 건축사에 유례가 없는 기울기로 피사의 사탑의 10배이자, 이집트 피라미드 경사와 비슷하다.

◇창의력으로 극복한 기념비적 건축물 = 어떻게 각 동의 기울어진 구조물을 무너뜨리지 않고 ‘쌓아 올리느냐’가 쌍용건설에게 주어진 가장 큰 도전 과제였다.

설계상으로 두 건물이 23층에서 합쳐져야 서로의 무게와 전체 건물의 하중을 지탱할 수 있어 안정적인 상태가 된다. 건물의 특징인 경사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래층보다 안쪽으로 건물을 돌출시키면서 한 층씩 쌓아나가야 한다. 하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기울어진 건물은 8층 높이에서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두 건물이 만나는 23층까지 기울어진 구조물을 지탱할 수 있는 공법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의 공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이때 쌍용건설 기술진의 창의력이 발휘됐다. 기술진이 생각해 낸 것은 콘크리트 벽 안쪽으로 케이블을 당겨 구조물을 지탱하는 포스트 텐션 공법이었다.

23층까지 양쪽 건물의 고강도 콘크리트 벽체 내부에 수 천 개의 케이블을 설치한다. 그리고 각 건물에 설치된 케이블을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수직 벽체에 조차도 이 공법을 적용했던 사례가 없었지만, 쌍용건설 기술진은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쳐 이 공법을 최종적으로 적용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며 24시간 교대로 공사를 진행한 결과 드디어 공사를 시작한 지 18개월 만에 호텔 3개 동이 완공됐다. 하지만 이 호텔을 싱가포르의 새로운 상징으로 만들어 줄 마지막 공정이 남아있었다. 바로 스카이 파크다.

스카이 파크는 에펠탑보다 길고 수퍼 점보기 4대가 들어서고도 남을 만큼 넓다. 이 높이에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수영장이 있고, 한쪽 끝에는 9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전망대는 아무런 하부 지지대 없이 67m가 돌출돼 있다. 스카이 파크는 무게만 중형차 4만3000대에 해당하는 6만 톤으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쌍용건설이 전체 공사를 시작한 지 27개월, 8개월에 걸친 스카이 파크 공사와 내부 마감공사까지 모두 마무리됐다. 불가능에 도전하며 시간, 중력과 싸우던 랜드마크 프로젝트가 드디어 성공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특히 공사기간 동안 일일 최대 10여 개국 6000명에 이르는 엄청난 인원이 24시간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1200만 인·시간(人·時間) 무재해를 달성했다. 이는 건축 시공 역사상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대기록이자 또 하나의 기적이었다.

인류의 놀라운 상상력을 현실로 보여주며 저마다 독특한 외관을 뽐내고 있는 세계 유수의 건축물들 사이에서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21세기 싱가포르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