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홀딩스, 허일섭 회장 단독대표..녹십자는 작년부터 3세 경영, 전문경영인 조력자 임무 완수 후 후계 경영 본격화 전망
녹십자와 지주회사 녹십자홀딩스가 10년 만에 오너 책임경영을 동시 가동한다. 녹십자가 1년 전 오너 3세가 단독 대표체제를 가동한데 이어 지주회사도 전문경영인이 배제된 대표이사체제를 꾸렸다. 지난 2009년 고 허영섭 회장의 별세 이후 전문경영인들이 조력자 임무를 완수하고 오너 후계자들이 본격적인 독립 경영을 시작할 채비를 갖춘 모습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는 대표이사가 허일섭 회장·이병건 사장에서 허일섭 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이병건 사장은 오는 2018년 3월 임기 만료 1년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뒀다. 녹십자 측은 “이병건 사장이 이직을 결정함에 따라 사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녹십자홀딩스는 지난 2014년 1월 허일섭 회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 이후 3년 만에 오너가 홀로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허 회장은 녹십자 창업주인 고 허채경 회장의 5남이다. 그룹의 주력 사업회사 녹십자도 지난해부터 창업주 3세인 허은철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체제가 가동된 상태다. 허 사장은 고 허채경 회장의 손자이자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이다.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 모두 오너 일가가 단독으로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녹십자홀딩스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5년 동안 허영섭·허일섭 형제가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고 허영섭 회장이 타계한 2009년 이후 허일섭 회장이 한상홍 부사장, 이병건 사장 등 전문경영인과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했다.
지난 2007년 초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의 대표를 허영섭·허일섭 형제가 공동으로 맡은 이후 10년만에 녹십자홀딩스는 허일섭 회장이, 녹십자는 허은철 사장이 단독으로 회사 대표를 맡는 ‘오너 대표 세대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고 허영섭 회장의 별세 이후 조순태 부회장, 이병건 사장 등 전문경영인이 후계자들 곁에서 조력자 역할을 성실히 완수하고 회사를 떠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순태 부회장과 이병건 사장은 각각 영업과 R&D부문에서 회사 성장을 주도하면서 오너 후계자들의 경영 수업을 지원했다.
이병건 사장은 LG연구소 안전성 센터장 출신으로 2004년 녹십자에 입사 이후 개발본부장, 사장을 역임했고 2014년부터 3년간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녹십자의 R&D를 총괄하며 백신, 혈액제제 등의 사업을 육성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13년부터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순태 부회장·이병건 사장의 퇴임으로 녹십자 오너 일가들의 후계자 경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고 허영섭 회장의 3남 허용준씨가 녹십자홀딩스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는데, 향후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남 허성수 씨는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현재 녹십자홀딩스의 지분구조를 보면 허일섭 회장이 11.03%로 가장 많고 고 허영섭 회장의 3남인 허성수(1.02%)·허은철(2.42%)·허용준(2.52%)씨의 지분은 많지 않다. 허일섭 회장의 자녀들도 각각 1% 미만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