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는 올해도 안 좋은 전망만 가득하다. 작년부터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고, 브로커리지(brokerage) 전망도 어둡다. 그렇기 때문에 증권사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확실성 속에서의 이익 창출이 증권사 본연의 업무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는 올해 증권사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경영 철학을 내비쳤다. 변동성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증권사의 수익 창출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임 대표는 지난해 5월 사모투자펀드(PEF)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LIG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20년간 인수합병(M&A) 시장을 지휘하며 수익을 낸 임 대표는 금융자문 역할에 인수, 투자부문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증권사가 하나의 거대한 자산운용사가 될 수 있다며 관점의 전환을 촉구했다.
임 대표는 “차별화된 수익구조를 갖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증권사의 장점에 자산운용사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가 필요하다. PEF, 신기술조합펀드, 헤지펀드를 기존 투자은행(IB) 사업부문과 연계해 대체투자 관점으로 접근하면 수율(yield, 이자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금운용 시장에서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증권사의 역할이다. 그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며 “증권사 대형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밸류에이션 능력이 없으면 시장을 따라가게 된다. 리스크 대비 수익률 높은 상품을 찾아 상반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자신했다.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는 계획은 있지만, 주된 목적은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는 게 임 대표의 생각이었다. 자금이 넘치는 곳에서 자금이 필요한 곳으로 중개해주는 것이 증권사가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경영 방식이라는 것이다.
차별화와 전문화에 도달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실행하고 내재화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임 대표가 ‘10년 임기론’을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다행히 지난 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완료하는 등 임 대표의 경영철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임 대표는 “중장기 안목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그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