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맛 입힌 장수스낵 ‘브랜드 역주행’ 눈길
최근 30여 년이 넘은 장수 스낵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빙그레 스낵류인 꽃게랑, 야채타임, 쟈키쟈키 등을 거론하면서 오래된 과자들의 행보를 묻는 글이 인기글로 올라 한동안 화제를 모았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초에 출시된 이 과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집 근처 슈퍼나 편의점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에 소비자들은 유행 중인 게임‘포켓몬고’와 같이 대형 마트나 창고 할인점에서 ‘과자 찾기’에 나서고 있다.
6일 빙그레에 따르면 현재 꽃게랑, 야채타임, 쟈키쟈키, 베이컨칩 등은 대형마트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 9월 출시된 ‘꽃게랑 고추냉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등의 입소문에 힙임어 다음주부터 편의점 CU(씨유)에서 판매된다.
그간 빙그레 스낵류가 편의점 등 시중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과자 취급 방식 때문이다. 현재 빙그레 스낵류는 2012년부터 크라운해태가 판매 위탁하고 있다. 생산과 마케팅은 빙그레, 영업과 판매는 크라운해태가 담당하고 있어 크라운해태는 빙그레 스낵류를 사들인 후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다만 크라운해태의 탄탄한 영업망의 활용으로 향후 법인 거래처의 추가 입점이 추진 중이어서 빙그레 스낵류의 판매량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스낵 제품을 직접 담당하는 영업 조직이 없어 분포와 진열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위탁 판매 덕분에 상온 영업조직이 없는 빙그레는 판매망 구축 비용을 들이지 않고 스낵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과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장수 제품들은 잘 팔리거나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없으면 판매 매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빙그레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스낵 제품군의 연간 매출액은 약 130억 원대로 작지 않은 규모지만, 단일 제품으로는 100억 원을 넘는 제품이 없다. 실제로 꽃게랑 매출 추이는 2014년 40억, 2015년 50억, 2016년 70억으로 매년 상승했지만 100억의 고지를 넘지 못했다.
반면 연일 스낵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오랜 스낵들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있다. 특히 1986년 출시된 빙그레 꽃게랑은 지난해 꽃게랑 고추냉이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지난 2월까지 약 2만8000박스가 팔렸다. 지난해 11월 1만1000박스에 비하면 3배 가까운 수치다. 지난 2015년 11월 출시한 꽃게랑 불짬뽕도 월 평균 2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에 꽃게랑 매출은 꽃게랑 고추냉이, 꽃게랑 불짬뽕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약 40% 신장하는 ‘브랜드 역주행’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꽃게랑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빙그레 스낵 제품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1987년 8월 출시된 쟈키쟈키는 당시 특별한 날에만 맛 볼 수 있었던 불고기를 제품화 한 것으로, 1990년대 급격한 식문화 변화 트렌드를 반영해 육포(저키)에서 따온 네이밍에 주목받았다. 1989년 7월 초 출시된 베이컨칩은 줄무늬 모양 스낵으로 당시 고급 음식이었던 베이컨 맛을 적용해 햄, 소시지가 귀한 시절 소비자들의 대리만족을 안겨줬다. 1990년 9월 출시된 야차타임은 녹황색 채소를 구현한 국내 최초의 스낵으로 토마토 케첩을 봉지 안에 넣어 케첩에 찍어 먹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제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