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인 북한 리정철(46)이 4일(현지시간) 0시 20분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는 '북한의 존엄을 훼손하기 위한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리정철은 전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말레이시아항공 MH360편으로 출국해 이날 새벽 베이징에 도착했다. 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추방당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공항에서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이런 식으로는 안 하겠다"며 거부했지만, 오전 3시께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는 기자들을 향해 "북한의 존엄을 훼손하기 위한 모략"이라고 말했다.
리정철은 이어 "말레이시아 경찰이 날조된 증거로 김정남 살해를 자백하라"는 압박을 했다며 자신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공공장소에서 언론에 이처럼 공개적인 발언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현지 IT회사에 다니는 리정철이 과학 및 약학을 전공한 화학박사 학위 소지자로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VX 제조에 관여한 것으로 봤다. 또 리정철이 북한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등 범행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그가 완강하게 부인하면서 물증 확보에 실패해 기소를 포기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용의자 도안 티 흐엉(29)과 시티 아이샤(25)를 살해 혐의로 기소한 것과는 상반되는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