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엄격한 기준에 처분 남발" vs"제약사, 간접 광고 시도에 혼선 가중" 지적도
메디톡스 보툴리눔톡신제제의 광고 위반 행정처분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당국이 모호한 기준을 내세워 처분을 결정했다는 판단에 메디톡스 측은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위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광고가 금지된 전문의약품에 대해 간접 광고를 시도하면서 소비자들의 혼선을 부추긴다는 반론도 나온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제제 6개 품목(메디톡신주, 메디톡신주50단위, 메디톡신주150단위, 메디톡신주200단위, 이노톡스주, 코어톡스주)에 대해 광고 규정 위반으로 판매업무정지 1개월과 광고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확정됐다.
메디톡스는 처분 대상 6개 중 코어톡스주를 제외한 5개 제품의 판매업무정지 1개월 처분은 과징금 1억3100만원으로 대체했다. 메디톡스 측은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계획 중이다"라고 했다.
메디톡스의 6개 제품 행정처분은 보툴리눔톡신제제가 전문의약품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전문의약품은 의약·약학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학술지나 전문지에만 광고가 허용된다. 백신과 같은 감염병 예방 의약품에 한해서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가 허용될 뿐 전문의약품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광고를 할 수 없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전문의약품의 무분별한 정보가 제공될 경우 오히려 치료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광고는 엄격하게 규제된다.
메디톡스의 광고를 보면 어느 부분이 광고 규정을 위반했는지는 명백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만약 메디톡스가 TV광고에서 ‘메디톡신’이나 ‘이노톡스’의 제품명을 거론하면서 효능·효과를 광고했다면 명백한 전문의약품 대중 광고로 판단돼 판매금지 3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해당 광고에서는 제품의 직접적인 광고를 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전문의약품 대중 광고'가 아닌 ‘전문의약품 암시광고 금지 위반’ 항목을 적용했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서 ‘대중광고가 금지된 품목을 특정 질병 등으로 나타내어 암시하는 광고를 하지 말 것’(별표7 2항 러목)이라는 규정이 있는데, 메디톡스의 광고가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관련 처분기준인 판매금지 1개월을 확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거쳐 메디톡스의 광고가 전문의약품을 특정 질병 등으로 나타내 암시하는 광고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광고에서 어떤 내용이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 규정과 행정처분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메디톡스 측이 “제품명이나 특정 질병을 노출한 것도 아닌데 광고 위반으로 결정됐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다.
사실 그동안 제약사들은 엄격한 전문의약품 광고 규제에 행정처분을 받는 사례가 반복됐다.
메디톡스는 회사 홈페이지에 '메디톡신주' 등의 광고를 하다 적발돼 판매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과징금 5400만원으로 대체한 적이 있다. 전문의약품은 회사 홈페이지에서도 제품명, 효능·효과, 용법·용량, 부작용 등의 정보제공만 가능하다. 홍보·판매촉진 목적의 내용은 자사 홈페이지에서도 게재해서는 안된다.
녹십자는 한 신문에 기업이미지 광고에서 사용된 '국내 최초 미국 임상3상 진행 면역 강화제', '세계 세 번째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치료제' 등의 문구가 전문약 대중광고에 해당한다며 행정처분을 받았다. 식약처는 4개 품목에 대해 판매금지 1개월 15일 처분을 내렸고 녹십자는 과징금 1755만원으로 갈음했다.
SK케미칼이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S'의 홍보모델로 연예인을 기용했다가 전문의약품 대중 광고에 해당한다는 식약처의 판단에 따라 판매금지 3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전문약 모델로 연예인을 기용한 것은 일반인들에게 광고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문의약품의 제품명이 기재된 안내책자, 배뇨컵, 스탠딩 배너 등을 환자대기실, 의료기관 복도, 화장실 등에 비치하는 행위는 대중 광고 금지 규정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다. 과거 인태반의약품, 발기부전치료제 등의 홍보 전단지나 광고 입간판 등을 환자실이 비치하다 판매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일간지에 광고성 기사를 게재했다가 행정처분 철퇴를 맞은 제품도 많다.
식약처가 최근 제약업계 실무자들과 협의를 거쳐 '의약품 광고 및 전문의약품 정보제공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모호한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은 약사법 및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등에 명시된 의약품 광고 기준을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광고 허용 범위 등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전문의약품의 광고 위반 사례에 대해서도 명시했다. 전문의약품 광고물을 환자대기실, 의료기관 복도 등에 비치하는 행위를 전문의약품 대중광고로 간주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의약품 제품명이 기재된 볼펜, 우산 등을 불특정 다수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문의약품의 사용동영상을 특정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라는 내용을 광고해도 대중광고 금지 위반으로 적발될 수 있다.
사실 전문의약품의 모호한 광고 위반 행정처분은 제약사들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의 광고 규제가 엄격하지만 관련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이 깊다”라고 설명했다.
발기부전치료제나 비만치료제와 같은 '해피드러그'의 경우 환자들에게 제품명이 각인될 경우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일반인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동안 발기부전치료제나 태반의약품은 병·의원에 광고 입간판을 설치하다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제약사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갈만한 간접 광고 전략를 펼치면서 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모호한 ‘아리송한’ 광고 위반 행정처분이 반복되는 셈이다.
광고 위반에 대한 처분기준이 엄격하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제기된다. 전문약 대중광고의 처분 기준 판매금지 3개월은 불법 리베이트의 처분 기준과 같다. 행정처분을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는 범위도 최대 2억원에 불과하다. 과징금은 처분 대상 의약품의 생산실적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최근 한국노바티스는 검찰로부터 25억9000만원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식약처로부터 과징금 2억원을 부과받았다. 당초 30개 품목의 판매금지 3개월이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한국노바티스는 과징금으로 대체했다. 이번에 메디톡스에 부과된 과징금 1억31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광고 위반은 품질에 문제가 일으킨 것도 아닌데다 대다수 고의가 아닌 부주의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판매금지 3개월이라는 과도한 처분 기준을 적용한다"면서 "관련 규정 위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처벌기준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