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정치경제부 기자
2012년 대선 때엔 ‘백설공주와 난쟁이들’의 당이었다. 새누리당 간판 아래서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독주하자 김문수 당시 경기지사, 김태호 전 경남지사,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지지율이 낮은 다른 후보들을 ‘난쟁이’로 낮춰 빗댄 표현이었다.
2017년 대선을 앞둔 한국당은 그야말로 ‘난쟁이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선 후보가 나온다. 원유철·조경태·안상수·김진태 의원, 김관용 경북지사,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진 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신용한 전 청와대 직속 청년위원장, 박판석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등 15일 오전 현재까지만 9명이고 앞으로도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 가세할 예정이다. 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빅3 중 한 명에도 못 미친다.
헌정사(憲政史)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을 낳은, 그래서 흡사 초상집 같다는 한국당에서 이렇게 후보가 난립하는 이유가 뭘까. 정치권에선 이참에 인지도를 높이고 정치인으로서 체급을 올려보겠다는 계산일 거란 분석이 높다. ‘4수생’ 이인제 의원처럼 대권(大權) 꿈이 강한 이들도 있지만, 일부는 차기 당권이나 내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을 노리고 장사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당은 그나마 의미 있는 지지율을 가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모시기 위해 경선 룰에 특례조항을 만들고, 후보들은 예비경선을 보이콧하거나 건너뛸 궁리를 하는 행태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국민들은 냉담한데 그들만의 리그는 이렇듯 불꽃이 튀다니 애처롭기도 하다.
정당의 존재 목적은 정권 획득이 맞다. 하지만 한국당은 또 한 번 정권을 잡기 위해 몸부림칠 때가 아니라 박근혜 정권 실패에 사죄하고 반성할 때가 아닌가. 당의 몰락도 모자라 정치를 코미디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길 바란다. 대선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염치없는 일이란 비판이 왜 진보를 넘어 보수 내부에서도 나오는지 되새겨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