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KTㆍ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 플레이그라운드 회사 소개서가 든 봉투를 직접 건넸다고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법정에서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에 최순실 씨가 소유한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 수주를 요청했다는 취지다.
안 전 수석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15일 열린 차은택(48)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 전 대통령이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과 김영환 부회장을 만났을 당시에 봉투를 직접 전달한 거로 안다"고 말했다. 이 서류봉투에는 플레이그라운드의 소개서가 담겨있었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현대차 총수 면담 시 대통령 지시로 플레이그라운드 회사소개서를 김 부회장에게 전달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안 전 수석은 황창규 KT 회장에게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플레이그라운드 회사소개서를 건넸다고 말했다.
그 뒤에는 안 전 수석이 기업 총수들에게 회사 소개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미르재단 일에 많은 도움을 주는 회사인데, 기업에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으니 알고 있으라'고 말했느냐"고 물었다. 안 전 수석은 "플레이그라운드를 말씀하신 건 맞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말한 '협조'의 의미는 기업이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등의 기회를 주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말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 후회스럽냐"는 검찰 질문에 "강하게 만류 못 한 것은 후회된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KT측에 인사 청탁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안 전 수석은 '이동수를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권오준 회장에게 연락해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 그는 황 회장에게 전화해 "대통령 지시사항이다. 대통령이 KT 광고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채용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이 씨는 KT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보직을 탐탁지 않게 여긴 박 전 대통령은 이 씨를 KT IMC 본부장으로 옮기라고 수차례 지시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KT 광고 쪽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동수를 보내면 어떻겠냐'고 말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안 전 수석은 "제 기억으로는 그렇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IMC의 의미를 모르는 안 전 수석에게 단어의 의미와 어떤 역할을 하는 자리인지 등도 하나하나 설명해줬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이를 황 회장에게 전달했고, 결국 이 씨는 IMC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