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ㆍ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5일(현지시간) 전인대 폐막식을 끝으로 2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중국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공급 측 개혁 강화를 포함해 △산업기술 혁신 △서비스산업 및 환경보호 산업 확대 △자유무역 시범구 확산을 통한 대외개방 확대 등을 강조했다. 이러한 중국 양회의 주요 논의사항들은 국내 기업에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전망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번 전인대에서 철강 5000만 톤, 석탄 1억5000만 톤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철강 6500만 톤, 석탄 2억9000만 톤에 비해 목표치는 하향 조정되었으나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의 공급 측 개혁으로 국내 철강과 석유화학 업체들은 단기적으로 제품의 단가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철강은 양적 공급량 축소로 세계 철강시장의 수급 안정, 무역 마찰 등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긍정적이다. 석탄 가격 급등으로 석유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국내 석화업체들도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과잉공급 조절, 제조업 혁신 등을 통한 산업 효율화와 제품 품질 향상으로 관련 기업들에 대한 위협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결코 긍정적으로만은 볼 수 없다.
또한 중국 정부는 제조업 업그레이드 정책 시행을 기반으로 첨단기술산업을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에는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4차 산업의 일환인 AI(인공지능)와 5G가 새로운 정책 키워드로 등장했다. 제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각 지방정부는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과학기술 혁신 등의 정책 강화를 통해 첨단산업의 가속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환경 규제를 가속화해 신에너지 자동차 사용 등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도 늘릴 예정이다. 이에 지능형 로봇,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빅데이터, 지능형 반도체 등 고기술, 고부가가치, 친환경 설비와 관련된 국내 업체들의 수출 기회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중국은 자유무역 시범구 확산을 통한 대외개방 확대 계획도 발표했다. 외자기업의 투자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투자 대상 및 자금 조달 등 규제도 크게 완화하는 등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과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외국기업에 대해 국가 중점 프로젝트, 정부 구매 및 중국제조 2025 참여를 허용하고 국내기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했으며, 투자 범위를 우대하고 중국 내 상장 및 채권발행도 허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기업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한·중 기업 간 협업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최근 사드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경제제재를 한 것에서 비춰봤을 때 일관적으로 이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진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은 중국의 각 추진정책별로 對중국 진출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과 산업에 주목해야한다”며 “제조업 혁신 강화에 따라 첨단기술 및 설비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각종 산업 분야의 신기술, 고효율 생산설비 등의 수출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심윤섭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 차장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국 내 통관 규정과 관련 서류를 꼼꼼히 챙기고, 필수 원자재 재고와 제품 운송계획 등을 재점검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이 절실하다”면서 “중국의 경제 정책, 소비 행태, 시장 선진화 등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고 재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