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ㆍ신동빈 회장, 청년희망펀드 출연위해 은행 대출 받아

입력 2017-03-26 11:2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최 회장,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 사업에 안 내면 불이익 우려” 진술

▲최태원 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참고인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이동근 기자 foto@)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이동근 기자 foto@)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주도로 만든 청년희망펀드를 위해 은행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에게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혹시나 불이익을 입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당시 펀드 조성 취지는 좋지만 기부금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실효성이 낮고 기업의 ‘팔 비틀기’가 아니냐는 노동계의 지적이 있었다.

26일 재계와 검찰 조사, 최순실씨 공판 과정에서 나온 발언 등을 종합하면 최 회장과 신 회장은 2015년 11월 청년희망펀드에 각각 사재 60억 원, 70억 원을 출연하기 위해 은행 빚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보유주식 기준으로 최 회장이 가진 주식 자산가치는 국내 5위로 3조6000억 원, 신 회장이 가진 주식 자산 가치는 국내 12위로 1조4000억 원이다.

그러나 당시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수감 생활에서 벗어난지 석 달 채되지 않아 수중에 현금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수감으로 SK주식회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2016년 3월 등기이사로 복귀하기까지 급여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 약 30%를 매수하는 데 사재 1000억 원을 내놓은 뒤였다. 롯데그룹의 ‘거미줄식’ 순환출자 구조에 비판 여론이 일던 시점이었다. 이에 두 회장 모두 수십억 원대 출연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처지였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두 회장을 조사한 검찰은 이들이 수중에 돈이 없는데, 돈을 빌려서까지 재단이 굳이 출연한 이유에 주목했다. 혹시라도 대가성을 띤 게 아닌지 의심한 것이다.

최 회장은 조사에서 “청년희망펀드에 대통령도 출연했기 때문에 저도 해야 한다고 실무진이 권했다”고 진술했다. 신 회장은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업이라 우리만 안 내면 안 된다’고 해서 70억원을 냈다”며 비슷한 취지로 답변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억 원을 내는 등 재벌가 총수들이 모두 출연한 상황에서 자신만 돈을 내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 어쩔 수 없이 낼 수 밖에 없었다는 하소연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도 펀드 조성 과정에서 기업들에 사실상 압박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이 냈는데 기업들이 안 내겠냐” 며 “대통령이 먼저 2000만 원을 내고 월급도 내겠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 총수에게 압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한편, 청년희망펀드는 2015년 박 전 대통령의 제안을 만들어진 것으로,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기부를 받아 조성된 공익신탁형 기부금이다.

청년희망재단이 운영하며 청년 일자리창출사업과 지원사업에 재원을 활용한다는 게 재단 측의 설명이다. 3월 현재 누적 기부액은 1462억 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8일 오후 청년희망펀드를 통해 최초로 일양약품 취업에 성공한 취업자들과 대화하려고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 있는 청년희망재단을 방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