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 협상 카드로 쓸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당시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시장은 4월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다시 환율조작국으로 어떤 국가가 지정될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런 가운데 주요 외신들이 잇따라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현지시간)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3개국이 미국 재무부의 ‘환율관찰대상국’에 올라와 있는 가운데 한국과 대만이 중국보다 환율조작국 지정조건에 더 많이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재무부는 오는 4월 15일 보고서를 발표한다.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해 재무부는 해당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약 22조3400억 원) 이상일 것,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GDP 대비 2%가 넘는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3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 다이와캐피털마켓의 애널리스트인 케빈 라이와 올리비아 샤는 보고서에서 “한국 등 세 나라 모두 3가지 조건에 다 걸리지는 않는다”며 “또 재무부가 이번에는 어떤 나라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후 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만일 트럼프가 기준을 바꾸면 세 나라 모두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수 있다”며 “현재 중국은 첫째 조건을, 한국은 첫째와 둘째, 대만은 둘째와 셋째 조건을 각각 충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과 대만이 중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1년간의 협상을 거치며 여기에서 타결에 실패하면 미국 재무부는 해외민간투자공사(OPIC)를 통한 금융지원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며 “그러나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OPIC를 통한 지원이 이미 끊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정학적으로도 한국과 대만은 미국과 긴밀한 동맹 관계에 있기 때문에 더욱 취약하다. 이에 다이와 애널리스트들은 한국과 대만 정부가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고자 올해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용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 소재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벤 스틸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판을 예로 들면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은 130억 달러 증가했지만 반대로 대한국 수출은 12억 달러 감소했다며 한미 FTA 재검토를 권고했다.
세계정책연구소의 제임스 놀트 국제 정치경제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낮추고 미국 제품에 새 시장을 열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중국은 최근 오히려 위안화 가치를 올리고자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