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앞두고 난립한 정치테마주가 기업들의 ‘양심공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급등락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26개 상장사가 공시를 통해 특정 정치인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공시 이후에도 주가가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테마주로 꼽히는 미래산업은 7.07% 상승 마감됐다. 전날 가격제한폭(30%)까지 치솟은 데 이어 이틀 연속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이 회사는 최근 주가 급등과 관련해 “창업주인 정문술 씨는 현재 회사와 지분관계가 없으며 안철수 의원과도 전혀 관련 없다”는 내용의 해명 공시를 냈지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주식게시판 등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우성사료 역시 마찬가지다. 우성사료는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문 전 대표와의 관계를 부인했지만, 이후 현재까지 이 회사의 주가는 45.71% 상승했다. 또 문재인 테마주로 지목되는 하나머스트5호스펙의 경우도 지난 17일 관련성을 부인하는 해명 공시를 냈지만, 주가는 공시 이후 116.00%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특정 정치인과의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해명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26곳이다. 해명 공시는 주로 근거 없는 풍문으로 주가가 급등하던 시점에 이뤄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해명 공시와 함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인 12종목은 해당 공시 이후 도리어 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문재인 테마주’ 중에는 우성사료와 하나머스트스펙3호를 비롯해 DSR(+12.15%), 우리들휴브레인(+10.76%), 이화공영(+4.98%) 등이 공시 후에도 주가가 올랐다. ‘안철수 테마주’로 묶인 종목 역시 미래산업을 비롯해 다믈멀티미디어(+32.72%), 써니전자(+55.53%) 등이 급등세를 보였다.
해명 공시 이후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13종목이었다. 다만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이 해명 공시에 따른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하락 종목 대부분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테마주이기 때문이다. 해명 공시보다는 최근 각 당의 경선 결과와 각 후보의 지지율 추이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26개 종목의 등락을 관련된 인물에 따라 분류해보면, 문재인 테마주는 총 14종목 중 8종목이 공시 이후 상승했고, 안철수 테마주 3종목은 모두 상승했다. 홍준표 테마주(1개), 유승민 테마주(2개), 이재명 테마주(1개) 등은 모두 하락했다. 안희정 테마주는 6개 중 4개 종목이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