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간 메이 英총리, 왜 머리에 스카프를 하지 않았을까

입력 2017-04-0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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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복장 엄격히 통제하는 사우디 방침에 의도적 무시

▲테리사 메이(왼쪽) 총리가 4일(현지시간) 머리에 스카프를 하지 않은 채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빈 나예프 왕세자와 회담 전 인사하고 있다. 리야드/EPA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머리에 스카프를 하지 않아 이목을 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4일(현지시간) 머리에 스카프를 해야 한다는 사우디 외교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검푸른 정장바지 차림으로 사우디에 도착해 영접하러 온 현지 관리들과 인사를 나눴다. 또 메이 총리는 이날 모하마드 빈 나예프 사우디 왕세자와의 회담, 사우디증권거래소 방문 등 일정을 소화하는 내내 스카프를 하지 않았다. 그는 사우디를 방문하기 전 들른 요르단에서도 머리에 아무 것도 쓰지 않은 채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하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이슬람권에서도 보수적인 사우디는 여성의 복장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사우디 외교부 가이드라인은 “여성은 몸을 완전히 가리는 외투(아바야), 머리 스카프와 함께 보수적이고 헐렁한 옷을 입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메이 총리가 사우디를 방문하기 전 “나의 방문이 여성이 성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메이가 스카프를 하지 않은 건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사우디의 방침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트위터에서는 “사우디 정권에 굴복하지 않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여성은 평등하며 자유롭다” 등 칭찬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메이 이전 영국의 유일한 여성 총리였던 고(故) 마거릿 대처는 사우디를 공식 방문했을 때 머리 대부분을 덮는 모자를 쓰고 긴 겉옷을 입었다. 영국 왕실 일원도 대체로 사우디 규정을 지켜주고 있다. 사우디에서 여성은 운전할 수 없으며 남성 보호자의 승인이 없으면 해외여행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우디 외교부의 복장 규정은 권고사항이지 강제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메이 총리가 스카프를 하지 않은 첫 여성 귀빈이 된 건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도 2015년 압둘라 사우디 당시 국왕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 머리에 스카프를 하지 않았다. 이는 현지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도 같은 일정에서 마찬가지 모습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 2010년 사우디를 포함해 중동 각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을 당시 맨 머리를 유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사우디와 더불어 이슬람 세계의 맹주인 이란을 방문했을 당시 스카프보다 더한 히잡을 쓰고 이란을 방문해 온갖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란은 외국인에게 비교적 관대한 사우디와는 달리 복장 규정에 매우 엄격하다. 스웨덴 외교사절단이 지난 2월 이란을 방문했을 때도 여성 관료들이 히잡을 써서 여성 인권 탄압에 동의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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