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비싸다. 그야말로 장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든 작은 차이가 명품의 값어치를 결정한다.
명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프랑스의 루이뷔통이 때아닌 노동력 착취 논란에 직면했다. 바로 아틀리에 소속 직원들의 임금 인상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자칫 브랜드 명성에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아틀리에는 흔히 화가나 조각가 건축가 등 예술가나 장인들의 작업장을 말한다. 루이뷔통의 생산 라인이 ‘아틀리에’로 불리는 건 제품들이 그만큼 예술 작품처럼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루이뷔통은 프랑스 전역 아틀리에 소속 직원들과의 임금 인상 관련 협상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것도 협상시한 마감 직전에 극적으로 이끌어낸 타협이었다. 하지만 이날 양측은 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협상 연장에만 합의했다.
전날 아틀리에 직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사실상 15년 만의 첫 파업이었다. 프랑스 전역의 아틀리에 직원들은 이날 파업과 함께 항의 시위를 벌였다. 루이뷔통 노조 대표는 AFP통신에 경영진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이 직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전 직원에 대해 월 55유로(약 6만6000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전체 직원의 80%에는 10~20유로의 추가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이 제시한 인상안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월 30유로였다.
협상 기간 연장으로 직원들이 다시 업무에 복귀했지만 임금 협상을 둘러싼 직원들의 파업과 노사 협상 시한 연장 등 일련의 사건들이 루이뷔통 명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고가의 명품을 판매하면서 정작 회사 엘리트 경영진의 변덕에 장인들의 노동력이 착취되고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
럭셔리 브랜드는 이제까지 자사 고유의 아틀리에 장인들의 고객 맞춤형 수제 공예품을 바탕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이들 명품을 마케팅 할 때 ‘장인정신’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루이뷔통 특유의 모노그램 문양 가죽제품과 이를 완성하는 프랑스 장인들의 세계적 수준의 실력은 루이뷔통은 물론 모회사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자랑거리다.
루이뷔통의 아틀리에는 창조적 작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선망의 직장이다. 루이뷔통은 현재 18개의 아틀리에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12개가 프랑스에 있다. 프랑스 아틀리에 직원은 총 3100명. 회사는 지난해 370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프랑스 아틀리에는 4곳이었다.
최근 테러 여파와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명품 산업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에서도 LVMH는 지난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작년 LVMH의 매출은 370억 유로(약 44조 원)를 기록했다. 패션 및 가죽 제품 부문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만 전년 대비 8.2% 늘어난 37억80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 호조가 직원들의 처우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실적 호조는 직원들 공헌 덕분이니 이에 대한 합당한 보상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하지만 루이뷔통 측은 최근 명품 소비가 급감한 상황에서 인건비 대폭 상승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여기다 이미 지난해 실적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루이뷔통 대변인은 “매년 13개월치 임금이 지불되고 있고, 올해 4월에는 지난해 회계연도 3~5개월치 이익을 직원들에게 배분했다”면서 “이는 프랑스에서는 보기 드문 보상 조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루이뷔통 내부에서 임금인상 요구가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23일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는 고용과 임금 문제가 화두다. 지난해부터 비행기 조종사, 열차 기관사, 택시운전사, 환경미화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군에서 파업이 발생하면서 프랑스 전역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프랑스 항공관제센터 직원들이 파업해 1500건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