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출자 빅앤트 설립 3년만 청산...부채만 7억원, 친인척 회사 규제 강화 속 계열사 오리콤과 사업 중첩이 원인
11일 전자공시시스템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두산그룹 계열사인 빅앤트는 지난 3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해산을 결정했다. 빅앤트는 광고회사로 지난 2014년 1월 박서원 두산 전무가 자본금 1억 원으로 설립한 회사다. 회사 지분은 모두 박서원 전무가 보유하고 있다. 회사 설립 당시 박서원 전무는 화려한 배경과 광고 수상 이력 등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박 전무는 스쿨오브비주얼아트 그래픽디자인학과 출신으로, 뉴욕페스티벌 그랑프리, 원쇼 디자인 부문 금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경영은 지난 3년간 녹록하지 않았다. 빅앤트는 설립 첫해 1억58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이 9억3800만 원이 발생하면서 1년 만에 바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듬해 2015년 매출은 3억 원까지 증가했지만 2억4700만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회사 자금을 외부에서 빌려다 쓰다 보니 부채는 7억 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에는 두산의 소소한 디자인 용역을 맡기 시작했지만 그나마 매출 규모가 1억 원 내외 수준에 머물면서 회사 운영 자체가 힘들어졌다. 현재 직원도 청산을 위한 1명 정도가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박서원 전무는 해산 결정에 앞서 회사 청산을 위한 채무 등을 해결하기 위해 7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자비로 빚 청산에 나선 것이다. 이런 사업적 고전은 박서원 전무가 빅앤트를 설립 당시 그룹 측에서 별도로 광고회사를 인수하면서 중첩되는 계열사가 존재하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은 박서원 전무가 빅앤트를 설립할 당시 광고회사인 오리콤을 계열사로 두고 있었다. 그룹 내 같은 사업 부분에 계열사가 인수한 회사와 오너가 4세가 설립한 회사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 셈이다. 마침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너가 친인척 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면서 박서원 전무는 빅앤트의 외형 확장을 위한 대내외적인 조건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빅앤트를 설립 후 같은 해에 그룹에서 오리콤과 사업 부분의 중첩이 많아 고민 끝에 회사를 접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박서원 전무가 직접 관여하고 있는 두타면세점 설립 과정에서 차은택 씨가 관여했다는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무는 차은택 씨와 사업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