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식민지 삼겠다던 괴짜', 14년 만에 미국 車업계를 평정하다

입력 2017-04-11 10:26수정 2017-04-11 11:1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엘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솔라시티 등 끊임없는 도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기기술자였던 아버지와 모델이자 영양사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한 소년이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설립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리콘밸리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화성을 식민지 삼겠다던 황당한 꿈을 꾸면서 로켓을 사러 러시아를 돌아다니고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까웠던 전기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이 사람에게 모두 조소를 날렸다. 그러나 조소를 날리던 사람들은 이제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그의 전기자동차업체는 시가총액 기준 미국 자동차 업계 최대이며, 그가 세웠던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지난주 우주개발 역사상 최초로 재활용 로켓을 발사해 회수하는 신기원을 이뤘다.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천재, 바로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이야기다.

10일(현지시간) 테슬라의 시총은 미국 자동차 업계 1위인 제너럴모터스(GM)를 넘어서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이날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GM을 넘어서면서 머스크의 재산은 129억 달러(약 14조7447억 원)로 불었다. 포브스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스페이스X 보유지분도 고려해 머스크 재산이 151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둘 중 어느 기준으로 보든 머스크는 세계 100대 부자의 한 사람으로 언론재벌 루버트 머독이나 사모펀드계의 대부 스테판 슈워츠만보다 재산이 많은 슈퍼리치다.

그러나 이런 막대한 재산은 머스크에게는 화성에 도시를 건설해 인간을 이주시킨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10세 때 컴퓨터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이후 그는 줄곧 멈추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왔다.

어린 시절 머스크는 생각이 많고 조용한 성격이어서 청각장애를 의심받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왕따여서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다사다난한 유년기를 거친 머스크는 이후 청소년기에 캐나다로 이주해 퀸즈대학교에 입학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으로 편입한다. 스탠퍼드대학원 박사 과정에 진학한 머스크는 당시 닷컴 열풍에 자신의 인생을 걸기로 결심하고 대학원을 중퇴했다.

그는 24세에 처음으로 ‘Zip2’라는 스타트업을 세우고 4년 뒤 이를 3억7000만 달러에 컴팩에 매각해 20대에 억만장자가 됐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머스크가 아니었다. 그는 Zip2 매각 후 한 달 만에 온라인 결제업체 ‘엑스닷컴’을 설립했으며 1년 뒤 경쟁사인 콘피니티와 합병했다. 이후 회사는 사명을 페이팔로 변경했다. 머스크가 처음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페이팔 전설이 시작된 것이다. 페이팔은 이후 이베이에 매각됐지만 그와 함께 페이팔을 세웠던 창업공신들은 유튜브와 링크트인 등 실리콘밸리 대표 IT 기업들을 설립하거나 주요 업체 임원으로 가는 등 지금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고 있다.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세우면서 자신의 꿈에 본격적인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 2년 뒤 머스크는 전기차 분야에 뛰어드는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를 머스크가 세웠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였던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2003년 테슬라를 설립했다. 이들 두 사람은 2004년 자금조달을 위해 머스크를 찾아갔는데 머스크가 그들의 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머스크는 당장 7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테슬라의 회장이 됐다.

그의 도전정신은 멈출 줄 몰랐다. 머스크는 2006년 자신의 사촌인 피터와 린든 라이브 형제에게 아이디어와 자본을 제공해 태양광업체인 솔라시티를 세우게 한다. 솔라시티는 2016년 테슬라와 합병했다. 당시 테슬라는 순탄치 않았다. 전기차 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입했으나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머스크의 비전과 틈새시장을 노렸던 설립자들 간에 의견 충돌도 보였다. 머스크는 2008년 테슬라를 부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다시 4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대출로 3000만 달러를 더 융통해 테슬라 CEO까지 겸임했다. 머스크는 “2008년은 내 인생 최악의 해였다”며 “테슬라는 계속 돈을 잃고 있었고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뚝심으로 이를 이겨냈으며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지금도 막대한 투자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원대한 비전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스페이스X도 2008년 말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15억 달러의 계약을 따냈다.

2010년 상장하면서 테슬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테슬라는 고급 세단 모델S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를 잇따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이제 자사의 첫 보급형 차종인 모델3 출시를 앞두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또 시작했다. 인간의 두뇌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