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통령 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9일 5당 대선주자들 간 두 번째 ‘토론전쟁’이 벌어진다. 방식은 대본 없는 ‘스탠딩 토론’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힐러리 두 후보가 원고도 없이 선 채로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토론회와 비슷한 형태다.
파격적이고 유례없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이번 TV토론은 각 후보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바로비터가 될 전망이다. 또 공식 선거전 개막 후 첫 토론이라는 점에서 이날 토론 결과가 표심의 변화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5인의 대선 주자와 각 캠프에서는 ‘존재감’ 부각을 위한 전략 마련에도 분주해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날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리는 ‘KBS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한다.
후보들은 이날 30초씩 인사말을 한 후 교육·경제·사회·문화 분야에 걸쳐 공통질문에 1분간 답변하고, 9분간 서로를 향해 즉문즉답 토론을 벌인다. 정해진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는 기존 토론 방식에서 벗어나 준비된 원고 없이 자유롭게 상대의 의견을 묻고 들을 수 있는 스탠딩 토론 형식으로 진행됨에 따라 지난 13일 TV 토론보다 더 열띤 공방과 거친 설전이 오고갈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들은 토론이 진행되는 120분 동안 서서 토론을 벌인다. 발언하지 않는 후보들은 쉴 수 있도록 간이 의자가 제공되지만, 토론 내내 후보들은 내내 서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보들은 별도의 자료 없이 메모지와 필기구만을 지참한 채 자유롭게 난상토론을 벌여야 하는 만큼 이번엔 각 후보의 가치관과 국정철학, 또 정책 역량과 내공의 민낯이 어김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후보들과 캠프에서 이번 토론에 ‘사활’을 걸고 총력전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조기대선으로 후보별 검증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해 유권자들이 TV 토론에 자극받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여론조사 1, 2위 접전을 벌이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로서는 치열한 TV토론은 승부를 가르는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지지율에서 고전하고 있는 보수정당 후보들에게도 자신의 역량을 널리 알려 부동층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기회다. 특히 5% 미만의 저조한 지지율로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에 시달려 온 유 후보의 경우 지난 13일 1차 TV토론에서의 선전으로 수혜를 입은 만큼 이날 TV토론이 지지율 상승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각 후보 진영도 바쁜 선거운동 중에도 토론회에 임하는 셈법 계산과 현안과 공약 정리 등 전략 마련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후보 측은 펜 한 자루를 들고가는 콘셉트로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신경민 민주당 TV토론본부장은 “1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안정되고 믿음직하고 통합을 지향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구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웃음이 많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보완하고 상대후보의 거친 도발에 침착하게 오류를 짚어주면서 정책 이슈와 네거티브에 동시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4·19혁명 제57주년을 맞아 서울 수유동 국립 4·19 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촛불 정신을 받드는 진정한 정권 교체, 국민께서 함께 해주십사 당부드리는 기조로 토론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13일 1차 TV토론에서 긴장한 채 횡설수설한 토론 태도를 보인 안 후보는 이번엔 강공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용호 국민의당 TV토론전략본부장은 “좋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여러 가지 경쟁력과 전문성 있는 정책과 비전을 좀더 비언어적인 요소까지 포함해서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정책적 측면도 함께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전희경 한국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국가 대개혁의 청사진을 국민들께 속 시원한 화법으로 설명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평소 ‘스탠딩’ 토론 방식에 자신 있어 한 유 후보는 평소에 준비된 후보로서 철학과 지식, 능력을 펼치며 안보·경제 위기 극복을 강조할 계획이다. 심 후보도 비전과 정책, 책임과 대안으로 앞서간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며 이번 TV토론을 지지율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