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여행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가 ‘세계 최고 항공사’로 선정한 에미레이트항공이 미국행 항공편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 장벽을 높인 결과라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에미레이트항공은 다음 달부터 두바이 공항에서 출발하는 올랜도, 시애틀, 보스턴, 로스앤젤레스(LA), 포트로더데일 등 미국 5개 도시행 항공편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올랜도와 포트로더데일은 1일 1편에서 일주일에 5편으로 줄인다. 시애틀, LA, 보스턴 노선은 현재 하루 2편에서 1편으로 줄일 방침이다. 항공사 측은 “지난 3개월 동안 미국 노선 예약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타 노선에 역량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팀 클라크 회장은 트럼프가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행정명령 영향으로 12개 미국 노선의 예약률이 35%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예약률이 다시 회복되기는 했지만 정상으로 돌아가진 않았고 언제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행 항공편에 기내 전자기기 소지를 금지하는 정책도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말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오는 항공편 기내에 전자 기기 반입을 금지했다. 스마트폰보다 큰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을 수화물로 부쳐야 한다고 미 국토안보부는 밝혔다. 에미레이트항공 측은 “미국 정부가 최근 안보를 이유로 입국 심사를 감화하고 전자 기기를 소지한 채 탑승하는 것을 금지하자 미국행 항공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작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했다고 밝혔다. 75% 감소한 순이익은 2억1400만 달러(약 2467억 원)로 수요 둔화와 운임 경쟁 등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앞으로도 에미레이트항공을 포함한 중동 항공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에티하드항공과 카타르 항공은 미국행 노선에 대한 변경사항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