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은 환율 금리 등에 일반 거시경제 변수에 촉각
국내 기업이 매각에 나설 때 ‘기술 변화’가 가장 큰 계기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신기술에 맞는 새 회사를 만들기 위해 기존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가 발표한 ‘ 글로벌 기업 매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국내 기업 중 55%가 ‘기술변화에 따른 위기와 기회’를 매각 이유로 꼽았다.
이는 빠른 기술변화에 민감한 국내 시장 상황이 기업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와 금리 등과 같은 거시 경제 불안(34%), 주주행동주의 우려(17%), 지정학적 불확실성(14%)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전 세계 기업은 환율, 금리 등 거시 경제의 불안을 사업 매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기술변화에 따른 위기와 기회,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전 세계 800여 개 기업 임원과 100명의 사모 펀드사 임원을 대상으로 900 회 이상의 인터뷰를 실시해 작성됐다. 이중 국내 기업은 30여 개가 참여했다. 전세계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트랜드를 추적하기 위해 작성된 보고서다.
국내 기업의 응답자 전원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항목에 중국의 한국 기업 대상 규제 강화 등 ‘규제 변화’가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같은 항목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답변 비율은 74%에 그쳐 국내 기업이 상대적으로 국내외 규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복응답이 가능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은 국경을 넘어 경쟁 구도를 변화시키는 정치적 요소(미국 대선, 브렉시트, 프랑스 대선 등), 반 기업적 정책 등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EY한영 관계자는 “이는 국내기업이 해외 기업에 비해 규제 영향이 크고, 수출의존도가 높아 국제 정치적 제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여러 항목에서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은 뚜렷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국내 기업의 23%는 현금성 운전자본이 커야 높은 가격에 회사를 팔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글로벌 기업은 11%만이 같은 대답을 했다. 또 글로벌 기업은 ‘비용절감 등 운영상 개선’을 중요시했지만, 국내 기업은 단 3%만이 이를 중요하게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