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 맨’의 실존 모델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현존하는 지상 교통망을 보안하기 위한 자신의 구상을 공개해 화제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지식공유 콘퍼런스 ‘TED 2017’마지막 날 강연에서 참석해 지하터널을 이용한 도심 교통정체 해소 구상을 담은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교통체증이 심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순환하는 거대 지하 터널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타트업 보링 컴퍼니(Boring Company) 설립한 이후 처음으로 대중에 이 회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지상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는 도로 가장자리에 설치된 전자 스케이트(electric skate)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튜브형 지하터널에 도착한 전기 스케이트는 자동차를 싣고 전용 레일을 타고 진공 상태에서 자기장의 힘으로 최대 시속 200km(130mph)를 달린다. 즉 머스크가 2013년 처음 공개한 하이퍼루프(Hyperloop)를 지하 교통망에 적용하겠다는 이야기다. 목표지점에 도착하면 스케이트는 엘리베이터로 수직으로 상승해 자동차를 지상도로에 올려놓는다. 머스크는 이러한 지하터널을 최대 30개 층으로 만들어 로스앤젤레스(LA)의 교통혼잡을 해소할 수 있으며 6시간이 걸리는 LA~샌프란시스코 구간을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현재 이러한 구상과 함께 중고 굴착기를 사들여 우주항공 자회사 스페이스X의 주차장 지하에서 해당 프로젝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0억 달러(약 1조1400억원)가 투입되는 이 대형 프로젝트는 머스크 CEO의 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 소속 엔지니어 스티브 데이비스가 이끌고 있다. 또한 테슬라 직원 일부가 틈틈히 해당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머스크는 “현재 이 작업에는 시간의 일부만 투입하고 있다”면서 “내 시간의 2~3%를 쓰고 있는 것 같다”며 당장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화두로 떠오른 플라잉카(Flying car·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테드 수석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이 플라잉카가 더 나은 대안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동차의 이륙과 하강으로 불필요한 소음과 바람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심리적 불안감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머리 위에 무언가가 날아다닌다고 생각해봐라. 불안감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구글 공동창업자이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 CEO 래리 페이지가 세운 스타트업 키티호크가 플라잉카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키티호크의 플라잉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100마일(160km) 가량 떨어진 호수 위를 약 5분간 날아다닌다. 사실상 플라잉 카 시대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버 역시 곧바로 수직이착륙(VTOL) 기능이 탑재된 비행 택시를 3년 내에 현실화하겠다고 선언하며 플라잉카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머스크의 말처럼 플라잉카가 가지는 문제점도 많지만, 그가 구상하는 땅밑 교통망 역시 지질학적으로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브렌트 토더리언 전 밴쿠버시 기획국장은 CBC방송에서 머스크의 지하 교통망 아이디어에 대해 “바보 같고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의 구상은 대형 도시나 교통체계 그리고 사람, 지질학에 대한 깊은 이해 부족을 보여준다”면서 “지상에 고속도로를 더 건설하는 것보다 덜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통체증 관련 문제 해결은 인프라에 대한 신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political will)가 필요한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