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더 쓸쓸한 ‘1인가구’
‘나혼자 산다’, ‘미운우리새끼’ 등 혼자 사는 연예인의 모습을 엿보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지난해에는 방영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는 1인 가구와 ‘혼술(혼자서 즐기는 술)’이라는 사회적 트렌드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혼자 사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나 홀로 맞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1인 가구는 555만2000가구로 전체의 28.5%를 차지한다. 10가구 중 3가구는 혼자 사는 것이다.
1인 가구는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으로 인한 미혼 독신가구의 증가, 이혼과 별거로 인한 단독가구 증가,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가구 증가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통적으로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정책을 1인 가구를 포함한 다양한 가구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2045년 3집 중 1집은 1인 가구 =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꾸준히 늘어 2019년에는 590만7000가구를 기록, 부부+자녀(미혼) 가구수(572만1000가구)를 뛰어넘는다.
2045년에는 1인 가구가 809만8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체의 36.3%이다.
2015년 1인 가구 중 30대 비중은 18.5%(95만8000가구)로 가장 높고 20대 17.2%, 50대 16.7%순이었지만, 2045년에는 1인 가구 중 70대가 21.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1인 가구 중 24.0%(133만7000가구)인 65세 이상의 독거노인 가구는 고령화로 인해 45.9%(371만 9000가구)로 늘어나 전체 1인 가구의 절반에 육박하게 된다.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2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0.7%)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가구구조 변화로 20년 뒤인 2035년에는 다른 국가들을 압도할 전망이다. 2035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1인 가구 구성비는 34.6%로, 일본(37.2%)보다 낮지만 영국(30.7%) 캐나다(30.4%) 호주(26.5%) 등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 청년·노인 1인 가구 빈곤율 심각 =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빈곤한’ 1인 가구의 비중도 늘고 있다. 1인 가구를 구성하는 인구의 대부분이 저소득층 노인이거나 사회초년생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상대 빈곤율은 2006년 40.6%에서 2014년 47.5%로 높아졌다. 상대 빈곤율은 우리나라 인구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중간지점 소득의 50% 미만을 버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60대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60%를 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의 자료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60세 이상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67.1%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세대별 1인 가구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기초생활보장 수급비율은 청년층 3.5%, 중년층 16.1%, 노년층 17.4% 등으로 다인 가구(3.1%·3.6%·6.8%)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주거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과 중년 노인 1인 가구의 경우 월세에 거주하는 비중이 각각 45.2%, 38.7%로 가장 높았다.
◇ 새로운 중심 가구로 인정하고 지원 필요 = 1인 가구는 ‘건강가정기본법(건가법)’에서 정의하는 가정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건가법에서는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가족을 사회의 기본단위로 보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정의 개념도 바뀌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를 만들었다. 조례안에 따르면 1인 가구는 1명이 단독으로 취사·취침 등을 하며 생계를 영위하는 생활 단위를 말한다.
서울시는 다가구·다세대 1500호를 매입해 쪽방, 고시원 등 비주택시설에 3개월 이상 장기 거주하는 소득 50% 이하인 1인 취약계층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 1인 가구 이웃 만들기 지원 사업을 통해 공동식당, 대화커뮤니티 등을 운영한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위원은 “1인 가구 증가에 대해 부처에서는 비율로만 따진다”며 “연령병, 지역별, 성별로 분석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 수준뿐만 아니라 1인 가구로서 느끼는 고립감 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 등도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