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은 박근혜 정부 장·차관들…부처 수장 공백 우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장·차관들이 새 정부 들어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며 집에 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장관 인선 후 청문회까지 한 두달 정도 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
16일 경제부처들이 몰려 있는 정부세종청사는 한가한 금요일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5월 황금연휴도, 대통령 선거도 끝났지만 여전히 연휴가 계속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정부부처들은 출입기자들에게 매주 금요일 오후에 다음 주 배포할 보도자료 계획과 장·차관 주요 일정을 보내준다. 그러나 최근 대부분 부처가 별다른 보도자료와 장차관 일정이 없다. 보도자료가 많기로 유명한 기획재정부도 정기적으로 나오는 통계청 자료나 국제회의 일정 등을 빼면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경제부처 장·차관 대부분이 새 정부가 들어 별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내부 회의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경제수석 등의 인선이 늦어지면서 큰 정책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구체적인 새 정부 정책 추진이 어려운 것도 한몫한다.
대선 전에는 매일 언론에 나왔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새 정부 들어 얼굴 보기가 힘들다. 유 부총리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장관 제청 요청을 받았고 11일에는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해 청와대 직제 개편안을 의결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물러나면서 국무총리 직한대행을 한 것이다. 기재부 1, 2차관은 정부출범TF 회의를 딱 한 번 하고 일정이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후배들과 송별 회식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5월 초 연휴부터 15일까지 이렇다할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5일에는 세종청사에서 내부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 내용 등은 비공개로 밝히지 않았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도 10일 이후 출근은 계속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일정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8일에 출입기자단과 오찬이 예정돼 있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취소됐다. 해수부는 15일에 현안점검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평소 왕성한 대외 활동을 보여줬던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마저도 외부 일정이 없는 상황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도 주로 서울 공정위 사무소로 출근하면서 대기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4~25일 인사청문회와 31일 국회 표결을 통과해 내달 취임하더라도 새 정부 장관 내정에서 인사청문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최대 두 달까지 경제부처 장관들의 공백은 불가피한 셈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도 15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부처에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추진 동력이 멈춰 있는 상황"이라며 "시급히 결정해야 할 정책들도 많아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독려하고 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총리실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실장은 관련해 16일에는 각 부처 기획조정실장들을 소집하고 18일에는 차관들을 불러 회의를 주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새 정부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국민의 기대감이 큰데 과거 정부 장차관들이 자리에 머물러 있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며 "차관 인사라도 빨리해서 새 정부 정책기조에 맞게 틀을 짜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