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위한 포석, 기업들 불만 토로해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속한 보수당이 다음 달 8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두고 외국인을 채용하는 기업에 물리는 세금을 현재의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에서 이주민 축소 문제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영국 보수당은 18일 총선 공약을 선보이면서 EU 시민 외에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에 현재 물리는 수준의 2배 이상으로 세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영국 기업이 비EU 시민을 고용하면 한 명당 매년 1000파운드(약 146만 원)의 세금을 낸다. 보수당은 이를 2022년까지 연간 2000파운드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연간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주민은 10만 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주민을 향한 장벽을 높여 브렉시트 협상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작년에 영국으로 유입된 이주민은 27만3000명에 달했다.
영국 기업들은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영국상공회의소는 보수당의 정책에 대해 “모든 규모, 분야, 지역을 망라하고 기업들의 우려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리티시아메리칸비즈니스의 제프리 프리진쇼 최고경영자(CEO)는 “정책의 변화로 기업들이 필요한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테크UK의 앤티 워커 부회장은 “국내에서 IT 관련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은 IT 기업이 성장하는 데 또 다른 장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CNN머니는 현재 영국의 실업률이 근래 40여 년간 최저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호텔, 의료, 기술, 건설업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군에서 일손이 필요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의 수요가 높다고 분석했다.
보수당이 내건 총선 공약은 비 EU 시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외국인 고용에 장벽을 놓겠다는 의미여서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강경하게 국경을 사수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메이 총리가 공약을 발표하기에 앞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17일 “영국이 EU 시민을 거부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지금까지 메르켈 총리는 브렉시트와 관련해 자극적인 표현을 삼갔기 때문에 이날 발언은 눈길을 끌었다. 영국 내에서 EU 국적을 지닌 이주 노동자들은 약 320만 명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