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토요일8년 전 그날, 주말 느지막이 일어나 TV를 틀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생할 것입니다. TV 모든 채널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헤드라인으로 앞다퉈 뉴스 속보를 전하고 있었으니까요.
2009년 5월 23일 새벽 6시 30분, 고(故) 노무현은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스스로 뛰어내렸습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았다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사건으로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던 때였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너무 슬퍼하지 마라.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미안해하지 마라.누구도 원망하지 마라.운명이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렇게 떠나갔지만 여전히 ‘서민 대통령’, ‘바보 노무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친구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다시 한번 재조명되고 있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그의 곁에 있었던 사람들은 고 노무현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 시켰다” -문재인 대통령
참여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른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운명'과도 같은 관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출간된 ‘문재인의 운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나보다 더 어렵게 자랐고 대학도 갈 수 없었다”면서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나보다 훨씬 뜨거웠고, 돕는 것도 훨씬 치열했다”라고 그를 기억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며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라고 말했죠.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속 ‘운명’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입니다.
“노무현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사람입니다” -안희정 충남지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 ‘좌희정’으로 불리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2월 13일 방송된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해 17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킨 이유에 대해 “그는 두툼한 월급봉투를 주진 않았지만 희망을 줬다”면서 “그를 사랑하고 좋아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안희정 지사는 또 지난 2010년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해 “노무현은 ‘억울하면 출세하라’던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사람”이라며 “내가 노무현에게 충성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이요. 힘없고 백 없는 이 땅의 보통사람에 대한 충성”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유시민 작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를 설명하곤 했던 유시민 작가는 그를 ‘사랑할만한 사람,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기억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추모 콘서트에서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칙하지 않고 성공했고, 성공 뒤에는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은 사람”이라며 “사람 사는 세상을 끊임없이 꿈꾸었고 그 꿈과 함께 인간 노무현을 사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실수도 하고 오판도 하고 잘못도 한 사람”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는 그것을 깨달았을 때 자책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사랑했다”라고 추억했습니다.
“제 인생을 두 번 정도 변화시킨 분입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10월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토크콘서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적인 인연은 없지만 그분 때문에 두 번 정도 인생에 변화가 왔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며 “변호사 노무현을 통해 야인생활을 해도 충분히 내 뜻을 펴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그는 또 도둑놈 되는 길로만 보였던 정치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신 분”이라며 “제 인생을 운동가서 정치인으로 바꾸게 된 것도 그분이 만든 업적의 결과”라고 밝혔죠.
“말 잘하는 대통령” -윤태영 전 노무현 전 대통령 대변인
윤태영 전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의 ‘말’에 대해 쓴 책 ‘대통령의 말하기’를 출간하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억했습니다. 그는 “어린이날에 청와대로 초청된 한 어린이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냐’고 질문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을 지금부터 하면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윤태영 전 대변인은 “그것은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말”이라며 “자신의 철학과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라고 전했죠.
“그렇게 강한 사람이 없었다” -가수 전인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가수 전인권은 지난해 1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강한 사람이 없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상하며 “독재 시대를 고스란히 살았기 때문에 군부독재 사람들보다 더 강한 사람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나보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인권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5공 관련 청문회 때 명패를 던진 것만 봐도 순수한 사람”이라며 “그 후에 비치는 면을 봐도 ‘아 멋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던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늙은 과부의 이야기에 처음으로 귀 기울여준 공무원” -방송인 김제동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봤으며 지난 12일 그의 서거 8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찾았던 방송인 김제동은 이런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자신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어머니가 휴게소에서 우연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 자식 자랑을 늘어놓았다는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호원의 제지를 막고 15분여간 서서 끝까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김제동이 나오는 방송까지 꼭 보겠다고 손가락 걸고 약속까지 했다는 겁니다. 나중에 김제동은 그날을 추억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골에서 반평생을 무시당하고 천대받으며 살아온 과부의 이야기에 처음으로 귀 기울여준 공무원”이며 “마흔에 청상과부가 되어 홀로 육남매를 키운 엄마의 한을 풀어주신 분”이라고 전했습니다.
정치인으로서의 고 노무현의 공과는 여전히 논란이지만, 정치적 이력 뒤의 인간적인 면모와 신념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 여러분 기억 속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