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잡담] "노무현, 사랑할만한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

입력 2017-05-23 06: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8년 전 그날, 주말 느지막이 일어나 TV를 틀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생할 것입니다. TV 모든 채널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헤드라인으로 앞다퉈 뉴스 속보를 전하고 있었으니까요.

2009년 5월 23일 새벽 6시 30분, 고(故) 노무현은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스스로 뛰어내렸습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았다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사건으로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던 때였습니다.

(출처= 노무현재단)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렇게 떠나갔지만 여전히 ‘서민 대통령’, ‘바보 노무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친구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다시 한번 재조명되고 있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그의 곁에 있었던 사람들은 고 노무현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 시켰다” -문재인 대통령

참여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른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운명'과도 같은 관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출간된 ‘문재인의 운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나보다 더 어렵게 자랐고 대학도 갈 수 없었다”면서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나보다 훨씬 뜨거웠고, 돕는 것도 훨씬 치열했다”라고 그를 기억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며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라고 말했죠.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속 ‘운명’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입니다.

(출처= 연합뉴스)


“노무현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사람입니다” -안희정 충남지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 ‘좌희정’으로 불리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2월 13일 방송된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해 17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킨 이유에 대해 “그는 두툼한 월급봉투를 주진 않았지만 희망을 줬다”면서 “그를 사랑하고 좋아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안희정 지사는 또 지난 2010년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해 “노무현은 ‘억울하면 출세하라’던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사람”이라며 “내가 노무현에게 충성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이요. 힘없고 백 없는 이 땅의 보통사람에 대한 충성”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유시민 작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를 설명하곤 했던 유시민 작가는 그를 ‘사랑할만한 사람,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기억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추모 콘서트에서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칙하지 않고 성공했고, 성공 뒤에는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은 사람”이라며 “사람 사는 세상을 끊임없이 꿈꾸었고 그 꿈과 함께 인간 노무현을 사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실수도 하고 오판도 하고 잘못도 한 사람”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는 그것을 깨달았을 때 자책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사랑했다”라고 추억했습니다.


“제 인생을 두 번 정도 변화시킨 분입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10월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토크콘서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적인 인연은 없지만 그분 때문에 두 번 정도 인생에 변화가 왔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며 “변호사 노무현을 통해 야인생활을 해도 충분히 내 뜻을 펴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그는 또 도둑놈 되는 길로만 보였던 정치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신 분”이라며 “제 인생을 운동가서 정치인으로 바꾸게 된 것도 그분이 만든 업적의 결과”라고 밝혔죠.


“말 잘하는 대통령” -윤태영 전 노무현 전 대통령 대변인

윤태영 전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의 ‘말’에 대해 쓴 책 ‘대통령의 말하기’를 출간하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억했습니다. 그는 “어린이날에 청와대로 초청된 한 어린이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냐’고 질문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을 지금부터 하면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윤태영 전 대변인은 “그것은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말”이라며 “자신의 철학과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라고 전했죠.


“그렇게 강한 사람이 없었다” -가수 전인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가수 전인권은 지난해 1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강한 사람이 없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상하며 “독재 시대를 고스란히 살았기 때문에 군부독재 사람들보다 더 강한 사람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나보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인권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5공 관련 청문회 때 명패를 던진 것만 봐도 순수한 사람”이라며 “그 후에 비치는 면을 봐도 ‘아 멋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던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늙은 과부의 이야기에 처음으로 귀 기울여준 공무원” -방송인 김제동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봤으며 지난 12일 그의 서거 8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찾았던 방송인 김제동은 이런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자신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어머니가 휴게소에서 우연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 자식 자랑을 늘어놓았다는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호원의 제지를 막고 15분여간 서서 끝까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김제동이 나오는 방송까지 꼭 보겠다고 손가락 걸고 약속까지 했다는 겁니다. 나중에 김제동은 그날을 추억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골에서 반평생을 무시당하고 천대받으며 살아온 과부의 이야기에 처음으로 귀 기울여준 공무원”이며 “마흔에 청상과부가 되어 홀로 육남매를 키운 엄마의 한을 풀어주신 분”이라고 전했습니다.

(출처= 노무현사료관)

정치인으로서의 고 노무현의 공과는 여전히 논란이지만, 정치적 이력 뒤의 인간적인 면모와 신념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 여러분 기억 속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