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대규모 카지노리조트 설립 프로젝트가 일본 지방정부의 원성을 사고 있다. 아베 총리가 사회 문제에 대한 우려와 반발에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강행했던 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가 된 것은 일본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카지노리조트 설립 프로젝트 관련 새로운 가이드라인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운영자와 지자체가 팀을 결성해 정부에 리조트 설립과 운영 등 구체적인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카지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공항이나 부대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이 편한 대도시 지방정부를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지방 소도시는 이 프로젝트에서 소외된다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고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도박 중독 등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한 우려에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카지노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 리조트 정비 추진법 처리를 강행했다. 해당법 통과에 나가사키에서부터 홋카이도에 이르기까지 지방 소도시 당국자들은 카지노 유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이들 소도시는 울상이다. 일본정부가 새로 내린 입찰 정책에 따르면 카지노 도쿄와 오사카, 오코하마 등 모두 대도시가 통합리조트 유치 유력 후보 도시로 손꼽히게 되기 때문이다.
와카야마현의 니사카 요시노부 지사는 지난 11일에 열린 재팬게이밍콩그레스에서 중앙정부 정책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지노 정책의) 가이드라인에서 운영업체와 지방정부의 역학관계가 바뀌었다”면서 “지역활성화를 위한 견해는 어디로 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홋카이도 북부도시 쿠시로의 에비나 히로야 시장 역시 새로운 카지노 정책 가이드라인에 대해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2~3개의 지방자치정부에 리조트 건설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 카지노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글로벌 카지노 업체들은 카지노 사업에 적합한 도시로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등 대도시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카지노 업체들은 이미 파칭코 문화를 가진 일본의 경우 카지노 문화가 비교적 쉽게 정착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교통 인프라가 발달해 일본의 부유층은 물론 중국과의 근접성이 높고 다른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대형도시를 선호하고 있다. 현재 마리나베이샌즈와 MGM, 시저스(Caesars)엔터테인먼트가 일본 카지노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가 대도시를 선호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대도시가 선거철을 앞두고 카지노 정책에 소극적이기 때문. 일본 도교 도지사인 고이케 유리코는 오는 7월 치러질 도의회 선거 캠페인에서 카지노 관련 정책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 않다. 요코하마의 경우 카지노 정책에 관심을 나타낸 바 있으나 7월 시장선거를 앞두고 역풍 우려로 카지노 정책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사카에서는 예정부지가 카지노와 적합성이 떨어진다는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카지노 관련 시행법률에 대한 대중의 지지율 역시 낮다는 것도 문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지노 합법화를 찬성하는 일본인의 비율은 25%를 밑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