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집권 여당의 압승이 불투명하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예상과 달리 총선 레이스가 난항을 겪자 메이 총리 진영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강경 전략을 적극 어필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서베이션(Survation)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은 야당인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에 불과하다. 보수당의 지지율은 43%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노동당이 지지율 37%를 확보하면서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22일 발생한 맨체스터 자살폭탄 테러 이후인 지난 26~27일 이틀간 진행됐다.
2주 전만 해도 보수당이 무난하게 압승할 것으로 전망됐던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지난주 발생한 맨체스터 테러 여파와 함께 지난 18일에 공개한 총선 공약에서 이른바 사회적 돌봄(Social care) 지원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나자 보수당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맨체스터 테러가 안보결집 효과로 보수당의 지지율이 높아질 것으로 점쳤으나 이러한 전망과 달리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노동당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내무부 장관 시절인 2010~2016년 경찰 인력을 2만 명 가량 감축한 것이 이번 사건을 촉발했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총선 당일까지 9일 남은 가운데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메이 총리는 EU 협상 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맨체스터 테러 이후 이목이 쏠린 안보 이슈에서 EU 협상 쪽으로 화제를 전환하기 위한 시도라고 FT는 지적했다. 브렉시트 협상은 내달 1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29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브렉시트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제대로 된 협상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을 것이지만 나는 나쁜 합의보다는 아예 합의를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점을 계속 말해왔다”면서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을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가 30일 웨스트미들랜즈 유세연설에서도 “EU가 공격적인 협상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강한 리더십만이 영국을 대신해 이에 맞대응할 수 있다”고 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 4월 당초 2020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6월로 앞당기는 승부수를 띄웠다. 브렉시트 본격 협상을 앞두고 조기 총선을 통해 영국 국민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 강력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