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61)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1심 선고가 8일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연다. 이들은 국민연금기금공단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선고결과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 전 장관 등의 혐의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사건의 핵심인 '삼성물산 합병'과 얽혀있다. 문 전 장관은 복지부 장관이던 2015년 6월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복지부 연금정책국 소속 공무원들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담당자들을 압박해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의결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 전 본부장은 문 전 장관 지시를 받아 직원들의 전문위원회 개최 요구를 무시한 채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해 국민연금에 1388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있다.
이번 법원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 등 청와대가 국민연금 측에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지시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죄가 나오면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사건을 입증하는데 중요한 열쇠를 쥐는 셈이다. 뇌물죄의 핵심인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법원이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을 도와주는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총 430억 원 상당의 뇌물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재판부마다 각각 판단하지만, 비슷한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
제3자뇌물죄에 필요한 '부정한 청탁' 여부를 엿볼 수 있는 판단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받은 돈을 '뇌물'임을 입증하려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선고에서 2015년 7월 7일 홍 전 본부장이 이 부회장을 만나 삼성물산 합병을 논의했다는 사실 등이 인정되면 부정 청탁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앞서 특검은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당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최 씨의 3자 간 부정한 청탁 핵심은 삼성물산 합병"이라며 "다시 이 같은 범행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중형 선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문 전 장관은 "대통령이나 다른 어떤 외부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그것을 관철하려 한 적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