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K푸드, 프랜차이즈 공략
업종을 불문하고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인한 중국 리스크의 대안으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레스토랑과 카페를 포함한 식음료 프랜차이즈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 단일 시장이 열린 이후 인구 6억 명을 거느린 아세안 식음료 프랜차이즈 시장은 국내 기업들에도 매우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아세안에는 현지 토종기업들에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일찍부터 진출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 여기다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도 턱없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현지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은 종교·기후·식재료 등 현지인의 취향을 만족시켜야 하는 중대 과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최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세안의 식음료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214억 달러(약 24조 원)로, 2011년 이후 연평균 4.6% 성장했다. 2020년까지 연평균 8.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은 6억3000만 인구를 거느린 거대 소비 시장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인구의 40% 이상이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데다 젊은 중산층이 증가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하면서 외식 문화가 발달한 것을 현지 식음료 프랜차이즈 시장의 잠재력으로 꼽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선호하는 방식은 마스터 프랜차이즈(77.8%), 합작투자(11%), 가맹점(11%) 순이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직접 해외에 진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과 계약한 후 가맹을 희망하는 사업자에게 사업 운영권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해외 진출이 비교적 쉽고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의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업체인 맥도날드와 KFC, 스타벅스와 피자헛, 서브웨이 등이다. 나라마다 점유율 차이는 있지만 이들 미국 체인 기업들은 역내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오늘날 현지에서 이만큼의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고도의 현지화 전략이 있었다. 특히 맥도날드, KFC와 같은 미국 기업들은 지금으로부터 30~40년 전인 1980~1990년대부터 공격적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했다. 이들 기업은 현지 소득과 소비 수준에 맞는 저렴한 가격 정책으로 극적인 성장을 실현했다. 뿐만 아니라 자사의 효율적인 글로벌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현지 매장에도 도입해 원료 공급망을 갖추고 기존 메뉴를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수정했다.
서구 기업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건 ‘할랄’이었다. 할랄은 아랍어로, 이슬람의 가르침에서 허용되는 물건이나 행위를 말하며 주로 이슬람 교도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반대로 할랄이 아닌 것은 ‘난 할랄(Non halal)’ 혹은 ‘하람(Haram)’이라고 한다.
닭고기를 주메뉴로 하는 KFC는 이런 할랄 덕을 톡톡히 봤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돼지고기 식용이 금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소비자들은 KFC로 몰렸다.
샌드위치 체인인 서브웨이는 세계적인 웰빙 바람을 제대로 탔다. 아세안 지역도 건강에 민감해지면서 샌드위치에 채소를 풍부하게 넣는 서브웨이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서브웨이의 인기는 맥도날드를 능가한다.
이런 서구 기업들의 공세에 맞선 현지 기업들의 노력도 만만치 않았다. 필리핀 최대 패스트푸드 기업인 ‘졸리비푸즈(Jollibee Foods)’는 서구 프랜차이즈들의 제휴 제안을 거절하고 자체 공급망과 비즈니스 인프라를 개발해 맥도날드나 KFC의 공세를 이겨냈다.
태국의 ‘카페 아마존(Cafe Amazon)’은 세계적인 커피 전문 체인 스타벅스커피가 태국에 상륙한 지 4년 후인 2002년에 문을 열었다. 스타벅스가 ‘낭만’을 팔았다면 카페 아마존은 실용에서 답을 찾았다. 전역의 주유소 안에 매장을 배치하는 전략으로 체인점 망을 급속도로 확장할 수 있었다. 메뉴 구성은 스타벅스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20~30% 정도 낮다. 이외에 케이크와 과자 등도 들여놔 운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 AEC 단일 시장 구축으로 아세안 지역 내 상품·서비스 이동이 활발해지자 동남아 토종의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주변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자존심인 ‘쭝 응웬 커피(Trun Nguyen Coffee)’는 태국과 싱가포르에 진출했고, 커피 콩과 인스턴트 커피를 세계 60여 개국으로 수출한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카페 문화가 일찍부터 뿌리내렸다. 쭝 응웬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동남아 레스토랑 카페 운영업체 중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케밥 터키(Kebab Truki)’는 이미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중국 등지에 진출했다. 키오스크처럼 간단한 매장을 앞세운 케밥 터키는 무슬림과 비즈니스 여행객, 관광객을 겨냥해 지속적으로 매장을 넓히고 있다. 이 회사는 일반 편의점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의 매장으로 점주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으며, 1인 운영으로 근무시간도 유연해 파트타임 사업으로는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필리핀 졸리비푸즈는 싱가포르 베트남 등 해외 600여 곳에서 매출의 20% 이상을 창출하고 있다. 회사는 이 비율을 5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미국과 현지 기업들의 압도적인 점유율 사이에서 꿋꿋하게 성장하고 있다. 돈가스 전문 체인 ‘사보텐’은 필리핀에서 입소문을 타고 매장을 넓히고 있으며, 바비큐 전문 레스토랑인 ‘규카쿠’도 빠르게 매장을 늘리고 있다.
KOTRA는 “아세안 시장에서 미국과 각국 현지 프랜차이즈를 이기기 위해서는 현지화된 메뉴 개발, 전략적 입지 선정, 방송·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동남아 지역은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와 최대 할랄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식음료 프랜차이즈 기업은 아세안 국가에 진출하기 전 해당 국가의 할랄 인증, 특허, 상표 등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AEC 단일시장 구축으로 아세안 지역 내 상품·서비스 이동이 활발해졌다”며 “한-아세안 회원국에서 사업을 정착시키면 다른 회원국으로의 사업 확산도 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