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메이, 사퇴론에서 벌써 후임자까지 거론

입력 2017-06-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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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AP뉴시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 대한 영국 내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런던 서부 고층 아파트 그렌펠타워 화재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처와 메이 총리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고, 영국 시민들은 총리 관저 인근과 그렌펠타워를 소유한 구청 등을 찾아 메이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메이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런던경찰청 스튜어트 쿤디 국장은 17일(현지시간) 이번 화재로 숨진 사망자가 현재까지 최소 5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집계된 사망자 수(30명)에서 대폭 늘어난 것이다. 58명중 30명은 사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으며 나머지 28명은 건물 안에서 실종돼 사실상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희생자 수가 확정될 경우 2차 세계대전 후 런던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로 기록된다. 하지만 쿤디 국장은 방문객 등 아직 파악하지 못한 희생자가 있을 수 있어 최종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아파트 화재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공분이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민심을 돌보지 않는 메이의 안일한 처사가 악화한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메이 총리는 메이 총리는 화재가 발생한 지 12시간이 지나서야 “비극적인 사건”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튿날인 15일 오전에서야 사고 현장을 찾았는데 그마저도 신변의 위협을 이유로 아파트 주민이나 기자들과 만나지 않고 소방 당국자들과 면담만 한 뒤 현장을 떠났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16일 피해 주민이 임시로 지내는 그렌펠타워 인근 교회를 찾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보다 한발 늦게 피해 주민들을 만나 민심 다독이기에 실패했기 때문. 당시 교회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 “메이는 퇴진하라”,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원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17일에는 정부의 초기 지원이 미비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500만 파운드(약 75억 원)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고 3주 안으로 피해자들에게 새 거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식어버린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했다.

메이 총리에 대한 반감은 여론뿐 아니라 보수 당내에서도 퍼지는 모양새다. 영국 더타임스는 화재 참사에 대한 총리 대응에 불만을 느낀 일부 보수당 의원들이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 의원은 메이 총리에게 열흘을 줄 테니 국정 능력을 입증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당 안팎으로 메이 총리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19일부터 유럽연합(EU) 측과 본격적으로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된다. 이런 가운데 18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보수당 내에서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을 차기 보수당 리더로 거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가 갑작스럽게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브렉시트 정국을 이끌 적임자라는 것이다. 지난해 브렉시트 이후 강력한 총리 후보였던 보리스 존슨 외무부 장관도 여전히 메이 총리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 장관.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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