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롯데 네번째 표대결...이달말 주총서 '신격호 총괄회장 이사직 복귀' 안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다시 경영권 탈환에 나섰다. 이번에 내건 명분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회복’으로, 2015년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 이후 네 번째로 예정된 표 대결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달 말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총괄회장의 이사직 퇴임이 상정될 것이란 보도와 관련해 “아버지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시키겠다”고 19일 공언했다. 이와 관련,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신 총괄회장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를 주총 안건으로 제출했다.
그는 롯데홀딩스 경영진들이 그들과 종업원지주회가 총괄회장으로부터 받은 실질적인 차명 주식의 의결권이 반수가 넘는다는 점을 악용해 2015년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권을 빼앗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53%의 차명주식 취득에 지급한 총금액이 1억 엔(약 10억 원)을 넘지 않음에도 의결권을 악용해 창업주를 강제 퇴임시키고 연결기준으로 자본 약 30조 원, 자산 약 100조 원에 이르는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이들 일본 경영진을 추종해 아버지의 지위에 오르려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갈 수 있는 위험만을 초래했다”며 “종국에는 아버지가 70년간 피땀으로 일궈 놓은 한일 롯데그룹의 모든 경영권을 일본 경영진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롯데그룹의 자존심과 명예를 되살리려면 먼저 아버지의 명예와 국부 유출의 불행스런 현상이 원상회복돼야 한다”며 “나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롯데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신 전 부회장이 표 대결을 재개한 것과 관련, 겉으로는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에서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본은 경영 관례상 비리로 구속되거나 수감되는 임원은 즉시 해임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 역시 이러한 내용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재판 일정으로 시간이 없음에도 주말을 이용해 일본을 오가며 홀딩스의 주요 임원과 주주들을 만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신 회장을 지지한 주요 주주들의 구성에도 큰 변화가 없어 신 전 부회장이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또 신 전 부회장이 앞세운 신 총괄회장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인을 지정하기로 최종 결정된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이다. 이 중 신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은 2015년 촉발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진행된 세 차례의 주총에서 줄곧 신 회장을 지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