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평론가
‘옥자’는 어떤 영화인가. 가입자가 190여 개국의 93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Netflix)가 600억 원을 투자해 제작한 영화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단순히 유통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제작에 나서고 있다. ‘House of Cards’를 비롯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해 TV나 극장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했다. 넷플릭스는 급증하는 가입자를 기반으로 기존 방송·영화산업을 위협하며 새로운 미디어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프랑스 극장협회(FNCF)는 70회 칸 국제영화제 개최 직전 ‘옥자’가 극장 개봉을 거치지 않은 넷플릭스 작품으로 극장 상영을 원칙으로 하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며 집단으로 반발했다.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가 수상해선 안 된다”라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의 발언은 논란을 더 증폭시켰다.
‘옥자’ 논란은 29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또 다른 차원으로 확대됐다. 온라인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려는 제작사와, 극장에서 일정 기간 상영(홀드 백)한 뒤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멀티플렉스 업체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급기야 전국 상영관 2500개 중 90% 이상을 운영하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개 업체가 ‘옥자’를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옥자’의 온라인과 극장 동시 개봉은 한국 극장·영화산업의 생태계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의 한국 영화시장 독과점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도 가했다.
제작사와 감독, 일부 전문가는 ‘옥자’의 온라인과 극장 동시 개봉은 미디어 기술의 진보와 발전에 따른 필연적인 영화 유통 플랫폼의 변화이고, 이 변화에 극장과 영화계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멀티플렉스 업체의 상영 거부는 관객의 권리를 무시한 거대 기업의 횡포라는 주장도 펼쳤다.
영화 관객과 온라인 가입자를 볼모로 한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한 ‘옥자’의 온라인과 극장 동시 개봉에 대한 논란의 본질은 새로운 미디어와 기술이 초래한 변화다. 미디어 학자 마샬 맥루한이 ‘미디어의 이해’에서 강조했듯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이용은 사회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 방식을 결정하고 문화적·사회적 변동을 이끈다.
‘옥자’ 논란이 의미 있는 담론으로 발전하고 국내 미디어와 영화·극장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뉴미디어가 초래하는 변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새로운 미디어와 기술이 확장해주는 것과 쓸모없게 만드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뉴미디어의 사용이 고도화하고 한계에 달할 때 어떤 반전의 잠재적 가능성을 갖게 될까에 대해 근본적 성찰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머지않아 “인터넷이 극장을 죽였네”라고 말할지 모른다. 영국 팝그룹 버글스가 1979년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고 노래한 것처럼. 우리는 지금 2009년 등장한 스마트폰이 지하철에서 유·무가지를 내몬 것을 비롯해 신문, 방송, 영화 등 미디어 산업과 경제, 사회에 초래하고 있는 혁명적 변화와 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무너지는 수많은 기업을 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