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택 生테크연구소장
#한화그룹의 한 계열사는 상습적인 하도급법 위반으로 지적당하자, 10일 이내에 현금 100%로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전 국민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밤낮없이 뛰는 공정위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지만 기업인들 역시 한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기에 조심스럽게 대의명분을 잘 만들어야 한다.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은 “조선 민족은 정신 나간 민족”이라며 그 사유를 이렇게 들었다. 우리 조선 사람들은 이해(理解) 이전에 진리(眞理)를 생각하려 하는 습성이 있다. 즉 자신이 진리라고 생각하면 남들에게도 그것이 진리이므로 무조건 그 앞에 같이 엎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금융실명제’나 ‘지하 자금 양성화 정책’ 등도 진리이다. 그러나 실명(實名)이든 가명(假名)이든, 땅 속에 있든 땅 위에 있든 다 우리나라 사람이 갖고 있는 돈이기에 그 돈은 우리나라 경제구조 안에서 순환된다. ‘성매매금지법’이나 ‘전시작전권’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지고 오는 것 등도 다 진리이기에 옳은 일이다.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소를 없애고 태양광 관련 주식이 솟구쳐 오를 제안을 한 것도 옳은 일이다. 그러나 진리에 입각해 한 일들이 다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한국의 6개 발전소 중 5개 발전소는 여전히 화력발전이다. 수력발전과 원자력발전 비율은 전체 발전용량의 28%이며, 주력이 아니기에 미드필더나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5·6호기 건설을 멈춘 것은 수비수 숫자를 갑자기 줄이고 추가 선수도 없는 상태에서 국제대회를 치르는 격이다. 공정위의 조치도 진리라고 해서 무조건 여론의 등에 올라타서 밀어붙이면 위험하다.
필자는 오늘 이발(理髮)을 했다. ‘염색값 만 원’이라고 이발소 안팎에 붙인 홍보문구와 달리 염색값이 2만 원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결국 대기업이 운영하는 이발소는 염색값과 이발값을 대폭 내려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염색방과 이발소를 거의 다 도산시키는 치킨게임에서 성공한 후, 다시 보란 듯이 가격을 올린 것이다.
주식 작전세력이나 사기도박단이 하는 일을 서민들 밥벌이 영역에서 대기업이 한 것이다. 대기업 직원의 40%는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이라 할지라도 고용 없는 성장으로 직장에서 떠밀린 자영업자들이 작년에만 91만 개의 폐업신고를 했다. 재벌 기업과 네이버·다음·하나투어·모두투어·블루크럽 같은 집단권력을 가진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회사에서 밀려나,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들은 도산하고 말 것이다. 그러면 이들뿐만 아니라 청년 창업자를 위해 다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여 국민들의 세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배경에는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이 있다. 재벌그룹인 삼성, 현대가 아니다. 전기의 질, 통신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봉제공장, 신발공장도 우수한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 하물며 반도체는 어떠하며 자동차 등은 어떠한가?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달러 시절부터 우리 경제를 뒷받침해온 기업들이다. 귀신도 공치사(功致辭)를 싫어한다는 말이 있다. 삼성, 현대 등 재벌기업이 공치사를 하면 안 된다. 재벌 흉내 내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이발소가 갑자기 염색값을 두 배로 올려서 열받은 필자의 한풀이라고 해도 좋다. 다만 전 국민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참하지 못해도 좋으니 치킨게임 같은 것으로 서민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벌기업들은 세금을 내 전기, 통신을 사용하게 해주는 국민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착한 기업’은 공정위도 너무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