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상반기 결산] 박스피 뚫리자 환매 러시 ‘새가슴 투자’

입력 2017-07-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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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코스피의 행보는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6년 만에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를 탈출한 것과 동시에 장중 240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는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행진에도 불구하고 지속됐다. 이는 2011년부터 오랜 기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자, 국내 증시 상승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서 박스권 상단에서 환매하는 습관이 강하게 굳혀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주식형펀드를 대체할 투자 상품이 늘어난 것도 한몫을 했다.

금융투자업계 및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은 올 상반기에만 6조7000억 원가량이 빠져나갔다. 지난 1월을 제외하고는 5개월 내내 순유출이었다. 심지어 코스피지수가 처음으로 2300을 돌파한 5월조차도 2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특히 이 기간 동안 국내 주식형 내 액티브주식형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액티브주식 전체가 4조6000억 원가량 증발했고, 액티브 중에서는 주식일반형의 감소액이 3조3000억 원에 달했다. 인덱스주식의 경우 약 2조 원이 줄어들었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 행진은 박스권 상단에서 매도하고 하단에서 매수하는 매매 패턴의 연장”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 투자자의 주식형펀드 투자 전략이 저가 매수하고, 고가 매도하는 방식으로 고착화됐다는 의미다.

다행히 수익률 부문에서는 상승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국내 주식형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14.64%를 기록했다. 이 중 인덱스주식과 액티브주식의 수익률은 각각 14.82%, 14.45%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수희 한국펀드평가 펀드평가팀 과장은 “상반기 코스피는 수출 개선으로 상장사 최대 영업이익이 예상, 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의 강한 수급 모멘텀이 더해지며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면서 “이에 주식형펀드는 우수한 성과를 시현하며 연초 대비 15% 가까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해외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도 늘었다. 연초 이후 중국 증시는 소폭의 조정 속에서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였으며 유럽 역시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 속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등 주요국 경제 지표가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주식형펀드는 올 들어 12.57% 성장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경제지표 호조세에 상승했으며, 다소 주춤했던 유가도 회복세를 보이며 6월 한 달간 2.14%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투자금 역시 올 상반기 동안 해외 주식형펀드에 1346억 원이 유입되어 국내 주식형펀드와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특히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해외 주식전용펀드 가입 기한이 올해로 제한되어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투자 가능성을 열어둘 것을 조언했다.

한편, 하반기에 들어서는 국내 주식형펀드에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환매 움직임은 다소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기업실적 호조와 수출 회복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펀드 환매가 점차 약해져 하반기 분위기는 상반기와는 다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만 갖고도 연말 코스피 2600선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5월 국내 주식형펀드 순유출액은 1조 원을 넘겼지만 지난달에는 3600억 원으로 유출 규모가 3분의 2가량 줄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국내 주식형펀드가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3일에는 6거래일 만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 859억 원이 순유입되기도 했다. 한국펀드평가 관계자는 “차익 실현성 매물 출회로 국내 주식형 펀드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됐으나, 그 속도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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