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데즈컴바인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증권 시장에서 또다시 품절주(전체 주식에 비해 유통 주식이 적은 종목)의 이상급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일 증시에서는 이른바 품절주로 불리는 종목들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부동산 임대업체 신라섬유는 전날보다 29.72% 오르며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았고, 인쇄업체 양지사 역시 장중 전일 대비 22.70%까지 올랐다. 대표적인 품절주로 꼽히는 팀스와 천일고속 또한 장중 각각 9.21%, 3.90%의 강세를 연출했다.
품절주 급등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휴대폰 카메라모듈 생산업체 나노스다. 지난해 4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며 거래가 정지됐던 나노스는 지난 13일 거래가 재개된 이후 시초가 대비 206.4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가 폭등의 원인은 회생절차 과정에서 소액주주 지분이 2.48%로 줄어 들어‘품절주’가 됐기 때문이다. 거래 재개 이후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던 나노스는 이날도 7.96%가 올랐다. 거래정지기간 1634억 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현재 1조3933억 원으로 불어나 코스닥 11위로 올라선 상태다.
이날 나타난 품절주의 동반 강세는 나노스의 급등 이후 품절주에 대한 투기 심리가 자극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지난해 시장을 극심하게 교란했던 ‘코데스컴바인’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품절주 투기 현상을 막기 위해 ‘코데즈 룰’을 만들었지만 큰 도움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이 룰은 최소 유통주식 비율이 총발행주식 수의 2%(유가증권시장은 1%) 미만이면 거래를 정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시장에서 품절주로 꼽히는 대부분 종목이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특성상 유통주식 수가 적은 기업이 많다”면서 “몇 종목 때문에 기준을 너무 강화하면 지나친 재산권을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시장의 체질과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기관투자자 위주의 시장의 질적인 개선이 이뤄지기 전에는 제도를 아무리 개선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품절주 급등은 회사의 기초 체력이나 성장성이 이유가 아닌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에 의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데즈 룰 = 유통주식 비율이 총 발행주식의 2%(코스피는 1%) 미만이거나 10만 주 미만일 때 걸를 정지하는 제도. 지난해 ‘코데즈컴바인’의 이상급등을 계기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