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중국의 4차 산업혁명 현장

입력 2017-07-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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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특임교수

최근 학회 관련해 중국의 4차 산업혁명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기업들을 방문하고 난 소감은, 중국이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무섭게 성장해 나가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이를 벤치마킹하기에는 제도나 법률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다는 점이었다. 중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를 분기점으로 기업 부채에 의한 성장으로 전환하였다. 종전 외자 유치를 통한 공장 건설 및 일자리 창출 등이 임금상승 및 생산성 저하로 인해 한계에 부닥친 상태에서 2008년 금융위기에 직면하자, 중국 정부는 산하의 수많은 공기업들에 거의 무제한의 자금을 빌려주는 내수진작책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의 부채는 급증해 2011년 GDP의 120% 수준에서 2016년 말에는 GDP의 170%까지 급등한다. 금액 면으로도 비금융 기업 부채는 약 19조 달러에 달해 미국의 기업 부채 금액인 12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일본 기업 부채의 5배에 육박하는 등 세계 최대의 뇌관으로 등장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기업 자금을 조이는 조치를 일시적으로 취했지만 증시가 과민하게 반응하자 다시 이를 해제하는 등 늘어나는 기업발(發) 부채 증가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중국 기업 부채 문제를 뻔히 닥쳐오는 게 눈에 보이지만 피하기 어려운 ‘회색 코뿔소(Gray Rhinos)’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기업 부채에 의한 추가적 경제성장이 어려워진 중국 입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 특히 핀테크 산업 등은 매우 매력적인 정책 수단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금융 인프라가 낙후되어, 광활한 대륙 곳곳에 은행지점을 설치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모바일 기반의 핀테크 산업은 여러 가지로 매력적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당국은 정책적으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크게 두 개의 공룡기업이 탄생했다. 첫째는 전자상거래에서 출발한 알리바바그룹이다. 알리바바그룹은 전자상거래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결제할 금액을 미리 적립해 두는 MMF 계좌인 위어바오 출시에 이어, 배송에 따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보험 서비스, 나아가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까지 하는 마이뱅크(My Bank)를 설립하는 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하였다.

한편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을 중국에 소개하는 데서 출발한 텐센트그룹은 위챗(Wechat)이란 모바일 채팅 프로그램의 대성공으로 약 7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이 채팅 앱의 특징은 가입자마다 고유한 QR코드를 부여하는 점인데, 이를 은행 계좌와 연동해 편의점, 식당 등 거의 일상의 모든 소액결제는 물론 심지어 개인 간 소액 송금도 모두 처리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서 수집한 방대한 개인정보를 분석해 개인대출을 해주는 온라인 은행인 위뱅크(We Bank)까지 설립하는 등 또 하나의 공룡 종합금융그룹으로 커 나가고 있다.

중국의 핀테크 및 4차 산업혁명 산업이 발달하게 된 이면에는 관련 법규가 채 정비되지 않아 법적 규제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중국 금융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은행업에 진출하는 데는 우리나라와 같은 은산(銀産) 분리 규정 자체가 아예 없기도 하지만, 중국당국이 일종의 특혜성 인허가를 해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 점에 비춰보면, 규정과 룰에 의해 움직이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에는 이처럼 자의적인 중국 정책당국의 잣대에 의해 움직이는 4차 산업혁명 모델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부러운 점은 중국의 모든 젊은 인력들이, 심지어 통역을 담당한 젊은 여성까지도 기업을 창업하여 제2의 알리바바나 마윈이 되겠다는 야심에 불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밤을 새우는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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