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면 어때? 예쁘고 편한데… 가전제품도 ‘욜로’ 시대

입력 2017-07-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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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홈케어 뜬다

#30대 직장인 송모 씨는 2주 전 한 대형 가전업체가 새로 출시한 전기 의류건조기를 구입했다. 대부분 전기세 때문에 건조기 구입을 망설이지만 송 씨는 세탁기에 빨래를 돌린 후 빨래 너는 과정이 귀찮다고 느껴 편리함을 위해 건조기 구매를 선택했다. 집에서 강아지를 3마리나 키우다 보니 강아지 털이 빨래에 묻어나오곤 했는데, 건조기가 위생필터로 작은 먼지 및 동물 털까지 걸러 주는 기능이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급하면 건조기에서 바로 옷을 꺼내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건조기 배송 및 설치가 빨리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 번 사는 인생 지금 행복하자’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소비자 취향을 저격한 전자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삶과 행복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트렌드가 가전과 정보기술(IT) 기기업계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은 것. 전반적인 소비 위축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욜로족이 늘어나며 시장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욜로 현상 초반에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높은 비용도 감수하는 사치 소비가 두드러졌으나, 최근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개인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개념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욜로 라이프의 성장과 함께 ‘프리미엄 홈케어’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욜로족은 청소, 요리, 뷰티 등 개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만족도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사치라고 느꼈던 의류건조기나, 와인 셀러 등 ‘틈새 가전’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LG전자가 올 4월 선보인 소형 와인냉장고 ‘와인셀러 미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제품은 대다수의 일반인이 집에서 보관하는 와인이 10병 이내라는 점과 늘어나는 1~2인 가구들이 소형 가전에 대한 니즈가 크다는 점 등을 제품에 반영했다. 최대 8병까지 보관 가능하며 좁은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장점과 고객들의 구매 장벽을 낮춰 한 달 판매량이 1000대를 넘어섰다. 기존 대형 와인 쿨러는 월평균 300대 팔렸다. 모터를 사용해 컴프레서를 돌리는 대신 반도체 열전소자를 사용해 무소음 가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LG전자의 의류 관리기 트롬스타일러도 최근 혼수 필수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새로 선보인 슬림 스타일러는 1인 가구를 고려해 차지하는 공간은 줄이면서 바지 칼주름 관리와 미세먼지 제거 기능을 강화했다. 이 제품은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 대를 넘어서며 싱글족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만 월평균 1만 대 이상 판매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 가까이 판매가 늘었다.

삼성전자도 소형 프리미엄 냉장고 ‘슬림 T-타입 냉장고’를 내놓으며 싱글족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2012년 처음 출시돼 꾸준히 관련 모델을 확대 중인 프리미엄 냉장고 ‘T9000’ 라인업에 추가했다. 폭은 11㎝, 깊이는 19㎝를 줄여 오피스텔 등 1인 가구 주거 형태에 적합하도록 디자인했다. 성능면에서는 공간별 별도 냉각기를 적용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트리플 독립냉각’,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는 ‘메탈쿨링커버’ 등 프리미엄 제품의 기능이 그대로 적용됐다. 지난해 내놓은 디자인 TV ‘세리프 TV’도 세컨드 TV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TV로 인테리어 효과를 얻으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가전에서 가구로 변하는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벽걸이 세탁기와 의류관리기, 의류건조기 수요도 늘고 있다. 벽걸이 세탁기는 기존 세탁기보다 크기가 작아 용도에 맞는 장소에 쉽게 설치할 수 있고, 적은 양의 빨래를 할 수 있다. 동부대우전자의 ‘미니’는 처음 출시된 2012년 2만 대가 팔렸고, 이후 해마다 2배 이상 성장해 최근에는 누적 판매 15만 대를 돌파했다.

의류건조기도 간편함을 추구하는 1인 가구 사이에서 각광받는다. 3월 한달간 2030세대의 의류건조기 구매율은 338%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의류건조기 판매 규모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30만~4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언잭’ 디자인의 냉장고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스메그, 가전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발뮤다 등이 내놓는 ‘작고 예쁜데 비싼’ 가전도 인기다. 스메그가 피아트와 손잡고 자동차 본넷을 본뜬 냉장고 ‘스메그 500’은 1000만 원대다. 스메그의 유니언잭 소형 냉장고는 인테리어용으로 손색없어 고가임에도 불티나게 팔린다. 발뮤다는 ‘죽은 식빵도 살린다’는 토스트 전용 오븐으로 히트를 기록 중이다. 아침 식사는 주로 토스트로 때우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이다.

이 외에도 다이슨의 헤어드라이어 ‘슈퍼 소닉’도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헤어드라이어 가격이 50만 원이 넘는 초고가인데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며 한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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