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때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국가경쟁력委선 ‘전봇대 규제’ 완화인사청문회서 이견 없이 보고서 채택…가계부채·구조조정·은산분리 과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내·국제 금융 분야 가릴 것 없이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대표적인 금융 관료다. 그의 외환부문 경력 때문에 국제 금융 전문성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 수출입은행장을 거칠 정도로 전 부문에서 두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최 위원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국제금융 전문가… 선후배 신망 두터워 = 최 위원장은 2008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에 올랐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당시 그는 이른바 ‘최·신·최·강 라인’(2008년 기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 최중경 차관, 강만수 장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최 위원장은 이때 한·미, 한·중, 한·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역할을 맡았다. ‘환율주권론자’로 이름을 알린 것도 이때다. 그에게 국제금융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은 이 같은 경험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이후 2009년 2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실무추진단 단장을 맡아 ‘전봇대 규제’ 완화에 앞장섰다. 2010년 5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민감한 사안을 다뤘다.
최 위원장은 2011년 4월에 기획재정부에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으로 돌아와 당시 유럽발 재정위기로 불안해진 외환시장을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 건전성 부담금)로 안정화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그에게 국제금융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인 이 같은 경험 때문이다.
최 후보자는 기재부 차관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SGI서울보증 대표이사,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그는 수출입은행장이었을 당시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지원과 관련한 국민연금공단과의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또 한 번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청문회 무난히 통과… 장하성 실장이 적극 추천 = 최 위원장의 업무 역량과 성품은 청문회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7월 3일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목된 최 위원장은 같은 달 17일에 국회 청문회를 받았다.
당시 그는 가계부채, 인터넷은행, 감사인 제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금호타이어 매각, 가상통화 등 다양한 분야의 질의에 답변했다. 이미 여야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최 위원장의 도덕적 자질보다는 정책에 청문회의 초점을 둔 상황이었다.
당시 정무위는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 곧바로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여야 이견 없이 가결했다. 정무위는 종합의견서에서 최 후보자에 대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대내외적 금융 현안의 해결을 위한 전문성을 갖추고, 가계부채 문제 극복 및 금융산업 선진화·금융소비자 보호·중소기업 및 취약계층 금융지원 등을 위한 정책 의지와 소신으로 볼 때 금융위원장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최 위원장을 강력 추천한 것도 화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7월 21일 청와대에서 최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책 면에서도 금융위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것 같다”며 “우리 (장하성) 정책실장이 아주 강력하게 추천했다. 함께 콤비를 이뤄서 잘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 실장과 최 위원장은 고려대 동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러나 장 실장이 최 위원장을 추천한 것은 학연보다는 업무 역량을 높인 평가한 것이란 게 그를 아는 사람들의 지배적인 평가다.
◇가계부채·일자리 창출·기업구조조정 등 과제 = 최 위원장의 정책 과제로는 우선 가계부채가 꼽힌다. 이달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정책은 최 위원장을 비롯,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최 위원장의 가계부채 해결 철학은 “소득을 늘려 부채를 잘 갚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 일반론이라면 “자금은 보다 더 생산적인 부분으로 흘러야 한다. 가계부채는 가계에 자금이 많이 운용된 것이 거시적 원인”이라고 강조해왔다. 금융규제 강화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구조조정은 각 기관의 역할 재정립이 주요 흐름이 될 전망이다. 시장의 역할을 키우기 위해 금융위는 팀의 주장보다는 게임의 심판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금융자본인 KDB산업은행의 역할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유동성 지원 때 수출입은행장으로 협의 일선에 참여했다.
금호타이어의 매각도 최 위원장 취임 이후 순항하고 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 최 위원장이 물밑 조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 대우건설 등 산은·수은 자회사 매각도 그가 풀어야 할 실타래다.
은산분리 완화는 금융위가 추진해야 할 주요 정책이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의결권 지분은 4%다. 케이뱅크의 추가 자본확충과 세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위해서는 은산 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이외에 △대기업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금융사 적격자본 평가방식 △소액 장기연체 채권 탕감 등이 최 후보자의 과제로 꼽힌다.
주요 약력
△강원 강릉(60) △행시 25회 △강릉고·고려대 무역학과·미국 위스콘신대학원 공공정책학과 석사 △재정경제부 산업경제과장·외화자금과장·국제금융과장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실무추진단 단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SGI서울보증 대표이사 △한국수출입은행장 △금융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