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개봉한 영화 ‘여고괴담’은 한을 품고 죽은 여학생의 원혼이 학교에 머물러 있다는 설정의 영화다. ‘여고괴담’은 학교 내의 인간관계가 학업성적, 가정 형편 등에 영향을 받는 학교 현실을 드러내 이목을 끈 바 있다. 손수호 변호사는 “부안여고는 여고괴담이었다”며 학교 교육 시스템을 지적했다.
손수호 변호사(법무법인 현재)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부안여고 사건은 또 하나의 여고괴담”이라며 “학교 현실을 그린 여고괴담처럼 부안여고 사건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부안여고는 해당 지역 내 유일한 인문계 여자고등학교라는 특성이 있다. 손수호 변호사는 “부안여중 졸업생의 80% 이상이 부안여고로 진학한다”며 “성추행을 당한 부안여고 재학생이나 졸업생은 본인의 동생들도 그 학교로 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손수호 변호사는 부안여고가 농어촌지역 학교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농어촌지역 학교의 경우 수시 입학의 비율이 높고 따라서 내신 점수가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손수호 변호사는 “학생들은 1점이 아쉬운 상황에서 수행평가 점수를 채점하는 교사에게 대놓고 문제 제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지위를 악용해 학생들을 협박했던 체육교사가 실제로 수행 평가 점수를 조작했음이 드러났다.
손수호 변호사는 ‘어른들의 방관’ 또한 부안여고 사건의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교사가 10명으로 전체 교사 40명의 4분의 1에 달했다”라며 “동료 교사들이 이와 같은 사실을 몰랐을리 없고 몰랐다면 작은 관심조차 없는 것으로 교육자의 자세가 절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해당 교사는 17년 전 다른 사립학교에서 직위 해체된 전력이 있다”며 “교사를 채용한 학교 법인에 대해서도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감사가 다 끝나면 혹시라도 사건과 관련된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앞서 부안여고에선 체육교사 A 씨가 지난 수년간에 걸쳐 여학생 수십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전북도교육청은 현재 해당 학교에 대해 성추행 혐의뿐만 아니라 학생 성적조작, 금품수수, 교사 채용 비리 등 학교 전반에 대해 특별감사를 진행하는 한편, 학급 수 감축 행정 제재를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안여고는 내년부터 학년당 7개 학급에서 4개 학급으로 줄여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