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00만 규모의 도시의 재생사업으로 경제활성화 효과 보기 어려워”
정부가 올해 ‘도시재생 뉴딜’ 사업 대상 지역에서 서울 전역을 배제키로 하면서 이 사업의 효율성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8·2 부동산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전역을 올해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서 제외키로 함에 따라, 당초 문재인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낙후된 구도심을 재생하는 데 재원을 투자,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연간 10조 원씩 총 5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대책 발표로 최대 도시인 서울이 사업 대상 지역에서 배제되면서, 이 사업이 고용 촉진과 경제 성장을 일으키는 ‘뉴딜’ 사업으로서의 기능이 없어지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서울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올해뿐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 경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서울에선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전혀 벌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구자훈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는 “강남 4구에 국한된 투기 열풍을 서울시 전체와 연결지어 정책을 내놓은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며 “따라서 부동산 투기와 연관해 서울 전역에서 재생사업 우선권을 박탈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어 “도시재생 사업은 애당초 쇠퇴한 지역의 활력을 찾으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급등과 관련이 없다”며 “서울 일부지역 부동산 시장의 폭등을 전역에 일반화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일하는 서울시 도시재생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 대상에서 배제해 뉴딜 사업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정희 도시재생주거환경시민연대 대표는 “도시재생이 뉴딜 사업으로 기능하려면 인구 100만~200만 명 정도의 도시에서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며 “서울과 과천, 세종시를 제외한 지역에서 신규 사업지 110곳을 선정해야 하는데, 서울을 제외하고 목표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서울을 도시재생 사업에서 배제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도시재생 뉴딜과 집값 폭등을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원·성북·영등포구 등 서울 도심의 일부 낙후지역 자치구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도심재생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낙후지역 개발을 기대했으나, 취소돼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국토개발 계획과 부동산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사업의 소관부서인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은 정부 정책이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는 게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일단 방침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기획단이 이번 8·2 대책 수립 과정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 방침상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곳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구도심 활성화와 부동산시장의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