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지수 포함 기업 중 CEO가 여성인 곳은 5%에 불과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세계적인 화장품 방문판매 업체 에이본프로덕츠(이하 에이본)는 이날 셰리 맥코이 CEO가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맥코이는 CEO로 재직한 지난 5년간 매출 부진과 주가 급락, 중국에서의 뇌물 스캔들 등이 논란이 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직접적 원인에는 올해 2분기까지 계속된 에이본의 실적 추락이 있다. 맥코이가 취임한 2012년 100억 달러(약 11조2550억 원)가 넘던 연간 매출액은 현재 반토막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에이본의 주가는 85% 이상 빠졌다. 맥코이가 CEO로 취임한 2012년 4월 한때 23달러를 돌파했던 에이본의 주가는 2017년 8월 현재 3달러선에 그치고 있다.
배링턴캐피탈그룹이 이끄는 행동주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건 2015년 말부터다. 맥코이는 당시 에이본의 북미 사업부를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캐피털매니지먼트에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배링턴이 그의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결국 배링턴은 올해 초 맥코이의 교체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3일 맥코이의 면담 요청을 거부한 채 사퇴를 발표했다.
앞서 2일에는 유명 과자 ‘오레오’의 제조사인 몬델리즈인터내셔널의 아이린 로젠펠드 CEO가 올해 말 사퇴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적 포털사이트인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CEO도 지난 6월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가 야후 인수를 마무리한 직후 사임했다. 이들 또한 맥코이 전 CEO와 같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올해 S&P500지수에 포함된 상장 기업의 CEO 중 여성 비중은 최초로 5%를 넘었다. 현재 CEO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27명의 여성은 그나마도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여성은 이사회 진출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더 많은 여성이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데 중요한 단계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경영데이터 분석업체 에퀼러에 따르면 러셀3000지수에 포함된 3000개 기업 중 이사회에 여성이 없는 기업은 610개에 달한다.
미국 유타주립대학교 연구원들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여성이 남성보다 결함이 있는 회사의 CEO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여성 CEO에게는 회사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데 요구되는 지원이나 권한이 적게 주어진다”며 “이는 여성 CEO의 재임 기간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연구에서는 여성 CEO가 재임 첫 해에 경영 전략의 변화를 촉구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남성 CEO에 비해 34%가 높다고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여성 CEO 네 명 중 한 명이 이런 투자자들의 표적이 된 회사를 이끌었다. 연구를 주도한 크리스틴 슈롭셔 애리조나주립대학교 교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젠더 효과의 크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에퀼러가 발표한 성별다양성지수에서 러셀3000지수에 포함된 회사의 이사회에 지명된 여성의 수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증가해 현재 16.2%에 도달한 점은 고무적이다. 또 점차 증가하는 거대 자본 투자자들은 여성의 이사회 진출을 포함한 다양성 확보를 독려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로 인해 올해 2분기에 러셀3000지수에 포함된 회사 32곳에서 여성이 이사회로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