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록으로 풀어본 금통위원별 성향..소수의견 시그널링 없이 곧바로 인상 가능성에 무게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미 연준(Fed)의 긴축기조는 당초 경로를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9월 자산축소와 연말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 일러야 내년 상반기 인상을 전망하는 한국은행의 스탠스(입장)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가 부각될 수 있고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국내 경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과 맞물려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경제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한은은 4월에 이어 7월에도 올 성장률(GDP)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전망치는 연 2.8%로, 이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이 더 불거지지 않는다면 3년 만에 3% 성장도 넘볼 수 있게 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이 같은 시각을 반영하듯 꽤나 매파(긴축)적으로 변신했다. 지난달 13일 열린 7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만약 성장세가 뚜렷해진다면 완화 정도의 축소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주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들의 매파적 언급이 강화됐다. 이일형 추정 위원은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의 재조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 조건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소비 중심 회복세의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등을 꼽았다.
조동철 추정 위원도 “지난 5년을 기준으로 할 때, 전반부에 존재하였던 마이너스 갭(Gap)이 최근 사라져 가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는 현재 전망이 실현될 경우 균형성장 경로에 복귀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며 “최근의 소비심리 개선이 전망과 같이 하반기 실제 소비회복으로 연결되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 상승하여 대응해 가는 방식이 적절한 통화정책 운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때 부담이 되는 최대 위험요인은 가계부채”라고 덧붙였다.
신인석 추정 위원 역시 “추경에 따른 정책적 효과 등을 고려한다면 추가적 상승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민간소비의 개선이 현실화하는지 여부 등 경제성장이 우리가 전망한 경로대로 움직일지에 대해 좀 더 시간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위원 또한 “가계부채 문제를 포함한 금융 안정 이슈가 통화정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둘기파(완화) 중 한 명인 함준호 추정 위원도 “실질 중립 금리 수준에 대한 분석 결과 현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며 “최근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 변화와 더불어 주요국의 금융 사이클과 장기 균형 금리 변화를 통해 국내 통화 완화 정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또 다른 비둘기파인 고승범 추정 위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수출 확대가 내수로 파급되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며 “물가상승률이 2% 목표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을 정도의 비교적 빠른 속도로 경기회복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확신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가계부채의 위험이 시장에서 과소평가되지 않도록 관련 정책당국과 적극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그널 없고 소수의견 없이 인하…이번엔 인상 후 소수의견? = 지난해 4월 21일 4명의 위원이 한꺼번에 바뀐 후 지금까지 열린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는 총 13회. 한 번의 금리인하와 12번의 금리동결이 있었지만 모두 만장일치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작년 5월 이들 취임 직후 열린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동결을 결정하고 그다음 달인 6월 만장일치로 인하한 것을 두고는 말이 많은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전격적으로 만장일치 인하를 단행한 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시장 일각에서는 금통위가 시그널(신호)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위원들의 성향상 한은이 올해 말 내지 내년에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시그널 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선제적으로 인상 소수의견을 내기에는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인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현재 가장 비둘기파로 보이는 고승범 위원이 금리 인상 시 소수의견을 내놓는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고 위원은 5월 31일 가진 한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사실상 내년까지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