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록으로 풀어본 금통위원별 성향..한은 총재 추천 위원도 총재 대변자 역할
금융통화위원회 안에서 한국은행 부총재는 금통위원으로서 독립적 존재라기보다는 총재의 아바타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장병화 전 한은 부총재 퇴임과 이에 따른 공석으로 6인 체제로 진행된 7월 금통위와 퇴임 직전 진행된 5월 금통위 의사록을 비교해 보면 장 전 부총재 추정 위원의 언급은 사실상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실제 장 전 부총재는 5월 의사록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성장세 회복 지원을 위한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장기 지속 필요성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금융안정 리스크를 경감시켜 한은이 통화정책을 거시경제 상황 변화에 맞춰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줄 것”이고 밝혔다.
이는 이 총재가 당시 금통위 금리 결정 이후 가진 기자회견과 6월 12일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기념사와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실제 이 총재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여러 가지 경제여건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금리 수준도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창립기념사를 통해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상황이 더욱 뚜렷하게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어,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부총재는 금통위원이기에 앞서 총재를 대리하는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실제 부총재는 금통위 내에서 총재와 금통위원 간 혹은 한은 집행부와 금통위원 간 소통창구 내지 의견조율자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부총재가 의사록에서 남긴 문구는 사실상 총재 의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상 총재는 7인 체제로 운영되는 금통위에서 의사록에 의견을 남기지 않는다. 금통위원 간 3대 3으로 맞서 총재의 결정이 필요한 때만 의견을 남기고 있다. 2013년 4월 4대 3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던 금통위가 대표적이다. 당시 김중수 총재는 의사록에서 “금리 결정에 있어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며 여섯 가지 동결 이유를 들었다.
역대 금통위 중에서 부총재가 소수의견을 낸 적도 2004년 11월 금리인하 당시 이성태 부총재가 유일하다. 다만 실제적으로는 당시 박승 총재도 반대했다. 당시 사건은 ‘금통위원들의 반란’으로 지금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한은 총재 추천 금통위원 역시 사실상 총재를 대변해온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원 중 총재 추천 몫을 두는 이유도 총재나 한은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취지라는 게 보통의 인식이다.
2013년 5월 금통위가 대표적인 예다. 팽팽한 대립 끝에 동결했던 2013년 4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금통위로 결국 기준금리가 인하됐다. 직전 달까지만 해도 강하게 반대했던 총재와 부총재도 인하에 손을 들었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로 결국 김 전 총재가 굴복한 셈이다.
반면 한은 총재 추천 금통위원이었던 문우식 전 위원만이 유일하게 인하에 반대했다. 박근혜 정부 위세에 눌려 총재와 부총재는 굴복했지만 총재 추천 위원이 소수의견을 남기면서 총재의 속내를 대신했다는 게 당시 대부분의 평가였다.
현재 총재 추천으로 금통위원에 임명된 이일형 위원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다만 이 위원은 “총재 추천 금통위원이 그런 역할이라면 (나는) 금통위원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