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금감원 검사국이 차량가액을 지급하라며 대형보험사들을 검사한 것과는 다른 결정이다.
결국 금감원 검사 압박에 굴복해 미지급금을 모두 고객에게 돌려준 동부화재만 난감한 상황이 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외제차 자기차량사고 시 지급하는 보험금을 차량가액이 아닌 감가된 시가로 지급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분조위 결정문에 따르면 김모 씨는 지난해 5월 지프 랭글러 루비콘 차량(차량가액 5070만 원)으로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다. 김 씨는 가입 9개월 후, 사고 발생으로 보험금 청구를 했는데 삼성화재는 이 차량의 중고차 시세를 기준으로 3600만 원(전손보험금)만 주겠다고 했다.
삼성화재는 차량가액과 시세가 약 30%(5070만 원-3600만 원)로 ‘현저한 차이’가 나는 만큼 시세로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자차사고시 보험금 지급은 약관상 크게 두 가지 기준에 따른다.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차량기준가액표에 적시된 차량이라면 이를 따르면 된다.
하지만 개발원이 제공하는 가액이 없거나 이와 다른 가액으로 계약을 맺었을 경우에는 기준가액이 없으니 차량가액과 현 시가의 차이를 따진다. 약관상 차량가액이 시가보다 현저히 높으면 시세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시가를 따라야 한다.
대부분의 분쟁은 여기서 발생하며, 이번 분조위 사례도 이 경우였다. 삼성화재는 감가상각이 30% 정도면 현저한 차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금감원은 감가상각률 19.45%를 적용해 4083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분쟁조정위가 시가대로 외제차 사고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앞서 대형보험사들을 상대로 “차량가액으로 지급하라”며 검사에 나섰던 것이 무색한 상황이 됐다. 애초 이 검사는 당국의 과잉검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보험준법검사국과 특수보험팀 간 이견이 있을 정도였다.
금감원은 앞서 4~5월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 빅4 손보사를 상대로 외제차 전손보험금 과소지급 관련 검사에 나섰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4개 사의 외제차 전손보험금 미지급금(차량가액-시가) 규모는 약 80억 원이다. 이중 동부화재는 미지급액 약 13억 원을 모두 고객에게 돌려줬다.
동부화재를 제외한 나머지 3사는 당국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면서 지급을 유보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국 지시를 따랐던 동부화재만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조정 결정 사례에서 시가와 차량가액이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봐서 시가 적용으로 결정내린 것”이라며 “동부화재처럼 이미 고객에게 미지급액을 돌려준 것은 되돌려 받을 수 없지 없겠냐,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도 환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