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헌재소장의 편지

입력 2017-08-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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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비 정책사회부 기자

2012년 이강국 당시 헌법재판소장은 재판관 공석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적이 있다. 조대현 재판관의 임기가 끝난 후 후임으로 지명된 조용환 후보자 선출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재판관 공석이 230여일 이어진 상황이었다.

헌재소장의 편지는 강제력이 없고 구속력도 없지만, 답답한 상황을 국회에 호소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었다.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공백이 메워졌다. 조 후보자 대신 새로 지명된 재판관이 지금 소장대행을 맡고 있는 김이수 재판관이다.

헌재소장 자리가 14일로 196일째 공석이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1월 31일 퇴임한 이후 역대 최장기간 공백이다. 소장 후보자로 청문회를 마친 김 재판관의 인준안이 통과되려면 국회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김 재판관은 국회에서 잊혔다. 김 재판관은 얼마 전 제헌절 행사에도 권한대행 자격으로 참석했다.

탄핵심판 이후 헌법재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사건 수는 눈에 띄게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헌재에 접수된 사건만 1350건(헌법소원 1027건)에 달한다. 2016년 한 해 동안 1951건(헌법소원 1379건)이 접수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헌재는 재판관 3명씩 3개의 지정재판부가 운영되는데, 재판관 1명 없이 사건을 심리하려면 재판관 중 누군가는 2개의 지정재판부에 참여해야 한다. 사건 수가 급증해 재판관과 연구관들의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을 해결할 뚜렷한 대책도 없다.

김 재판관은 공석 사태가 본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전 소장처럼 국회에 편지를 보내 사태 해결을 촉구할 수 없었다. 그는 인사청문회를 끝낸 뒤 인준안 통과가 요원해 보이자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헌재 직원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이유정 변호사가 8일 재판관으로 지명돼 헌재는 조만간 재판관 9인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여야는 14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8월 임시국회 일정과 정기국회 일정에 대해 논의한다. 헌재소장 인준안 역시 조속한 통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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