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년, 즉 1910년 8월 29일 일본제국이 대한제국을 상대로 통치권을 일본제국에 양여(讓與:양보하여 넘겨 줌)하는 것을 규정하는 한일병합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공포함으로써 일제가 말하는 ‘한일합병’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일합병은 그들 일제의 말일 뿐, 우리는 결코 통치권을 양여한 적이 없다. 양여라니! 누가 국권을 양보하여 넘겨줬단 말인가? 일제가 조약문을 만들어 일부 친일 관료들의 도움을 받아 강제로 날인을 하게 한 것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날 이후, 1945년 광복까지 만 35년에서 14일이 모자라는 기간을 ‘일제시대’라고 불러왔다. 이 땅에 일본제국이 들어섰음을 순순히 인정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이 땅이 일본제국주의의 나라로 변한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일제시대’라는 말 대신에 ‘일제강점기’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일제에 강점당했던 시대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강점당한 후에는 우리가 일본제국의 한 부분이 된 것을 인정하였는가? 결코 아니다. 일부 친일파를 제외하고는 황국신민이 되기를 목숨을 걸고 거부했다. 강점하고 있는 일본을 몰아내기 위해 우리는 싸웠다. 만주 벌판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전투를 했고, 상해(上海)에서 중경(重慶)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세워 정부의 역할을 유지해 나갔다. 그리고, 윤봉길 이봉창 의사는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나라로 변한 것을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오직 강점하고 있는 그들을 내쫓기 위해 끊임없이 싸웠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기를 ‘항일시기(抗日時期)’라고 불러야 한다. 내일이면 또 광복절을 맞는다. 광복의 진정한 의미는 해방도 아니고 독립도 아니다. 35년간 벌인 끈질긴 항일투쟁의 결과, 일제에 맞서 건국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임시라는 딱지를 떼고 ‘대한민국’으로서의 제 빛을 발산한 날이다.